소소한 일상

현타(現time)

maverick8000 2023. 7. 21. 08:44

 

‘단식하며 기도하라.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곡기까지 끊고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 그런데 좋지 않은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니, 이 무슨 저주란 말인가.

상식을 뒤집어 놓는 레바논의 격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기도가 모두 통한다면 그건 악다구니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세상이 당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지 마라. 세상은 당신에게 빚진 게 없다.

세상은 당신보다 먼저 여기에 있었다.’



미국의 목사 로버트 버디트(1844~1914년)의 말이다. 그렇다.

세상이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책임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호승 시인은 운다.

‘인생은 나에게 /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 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천지는 어질지 않다.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성인도 어질지 않다.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5장에 나오는 글이다. 천지신명은 없다.

없으니 어질 것도 안 어질 것도 없다. 봄이 오니 싹이 돋고 꽃이 피니 열매를 맺을 뿐이다.

그냥 오고 가고 그냥 가고 온다. 성인도 지도자도 없다.

5년씩 주인 노릇하거나 아니면 5년 내내 욕지거리와 삿대질하며 상대의 폭망을 바랄 뿐이다.

그들에게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언론계 대선배가 보내 준 책을 읽다 ‘나를 깨우는 서늘한 말’을 정리해 봤다.

하루하루 기도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착한 이웃들이 황톳빛 장맛물에 쓰나미처럼 떠내려간다.

그들의 기도에 나 몰라라 하는 세상이 야속하다.

말로만 일을 삼고 국민을 내팽개친 두 입 가진 인간들이 밉다. 물 새는 배에 탄 우리 삶을 구할 사람은 누구일까?

출처 :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