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언어는 존재의 집

maverick8000 2023. 11. 16. 16:03

 

아기는 언어가 아닌 울음과 표정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하며 언어로 자기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데, 여러 나라에서 언어는 그 사람의

인품은 물론 종종 계급까지 드러낸다. 그것이 꼭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그가 속한 나라와 단체가 쓰는 언어를 보면 그 집단의 품격과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 위정자들이 쓰는 언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주 쓰는 단어는 우리 사회의 의식과 수준을 반영한다.

그런데 언어가 부적절하게 쓰이는 예는 많다. 가령 다양한 매체에서 폭력 학생을 뜻하는 ‘일진’이라는

용어는 뭔가 앞에서 잘나가는 느낌을 준다. 전세 사기범을 칭하며 쓴 ‘빌라 왕’은 어떤가.

그 지역의 가장 비싼 아파트를 ‘대장 아파트’라고 부르는 것 역시 그렇다.

대장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졸병 아파트’에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주식시장에는 ‘정치 테마주’가 있는데, 정치인의 정책과는 무관한 학연, 지연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정치 테마주’가 아니라 ‘부정부패 관련주’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

 

한국어로 ‘그 집 못산다’는 가난한 사람을, ‘그 집 잘산다’는 부자를 뜻한다.

김찬호의 책 ‘모멸감’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것이라고 지적한다.

‘잘사는 것=well being’인데 왜 한국에서는 부자를 잘산다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난해도 태도와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차별하고 비하하는 맘충, 틀딱, 지잡대 같은 말이 폭증하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별생각 없이 말하다보면 그것이 우리의 인성이 되고,

인성이 모여 다시 인생이 된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성격이 된다. 성격은 (당신의) 모든 것이다.” 마거릿 대처의 말이다.

 

 

출처 : 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