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maverick8000 2024. 2. 19. 09:38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