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극명 / 신현정

maverick8000 2024. 3. 25. 08:54

 

 

 

극명(克明)

 

이른 아침 한 떼의 참새들이 날아와서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날고

마당을 종종걸음치기도 하고

재잘재잘 하고 한 것이 방금 전이다

아 언제 날아들 갔나

눈 씻고 봐도 한 마리 없다

그저 참새들이 앉았다 날아간 이 가지 저 가지가 반짝이고

울타리가 반짝이고 쥐똥나무가 반짝이고 마당이 반짝이고

아 내가 언제부터 이런 극명(克明)을 즐기고 있었나.

 

 

-신현정(1948~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