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의자 / 박철

maverick8000 2024. 9. 23. 11:31

 

 

 

의자

 

갈참나무 허리에

연선아 좋아해, 하고 새기는 일이나

원고지에 몇 자 적는 일이나

본질은 같다

의자 모서리를 움켜쥐고 그때 그 자리에

다시 노을이 젖어오고

나는 더 우회적으로 이 일을 생각한다

어떤 기적이 있어

기대앉은 의자에 새잎이 돋고

수맥이 흐르고

나는 둥둥 떠서

기어이 너에게 갈 수도 있다

 

-박철(1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