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대설 / 김영삼

maverick8000 2024. 12. 9. 08:33

 

 

대설

 

소나무우산살이 부러졌다

전봇대로 나앉아 잔뜩 움츠린 직박구리가 오석 같다

목동처럼 저녁이 와서 흩어진 어둠을 불러 모으는데

감나무 가지에 간신히 몸을 얹은 박새 고갯짓이 조급하다

굴뚝새는 물수제비뜨듯 집집으로 가물가물 멀어져 가고

 

포롱, 포롱, 포롱…

참새, 멧새, 딱새, 곤줄배기도 부산하다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