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근육' 키우는 습관 두 가지
매일 운동한 지 2년째다. 보여지는 직업이라 몸 관리야 쭉 했지만, 헬스장 지박령이 된 건
TV조선 ‘강적들 진행을 맡으면서부터다. 운이 좋았다. 채널을 바꿔가며 제법 큰 뉴스들을 진행했으니까.
하지만 시사 토크쇼는 20년 차 방송인에게도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잘하고 싶었다. 에지 있는 인상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 오랜 녹화에도 지쳐선 안 된다.
속사포 같은 말의 향연 속에서 정신 붙들어매는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만큼 목적에 맞는 루틴이 또 있을까? “화장실은 매일 가면서 왜 운동은 매일 안 해?”
워킹맘에게 여유란 사치다. 틈만 나면 운동 시설로 뛰어가거나 새벽에도 일어났다.
원래 운동 잘했냐고? 100m를 25초에 달리던 나, 동창들은 믿을까?
최근 신문에서 프로야구 한유섬 선수의 명상 체험기를 읽으며 크게 공감했다.
실수를 하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괴로웠지만, 명상으로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지금’에 머무는 힘이 생긴 덕분이다.
명상은 동작이 아니라 어떤 ‘상태’를 의미한단다. 방황하는 마음을 ‘지금’에 머물게 하는 삶의 기술.
명상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명상 같은 순간을 경험한다.
생각은 생각으로 풀려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몸에 집중하면 달라진다.
예컨대 무거운 기구를 드는 순간, 몰입하게 되지 않는가? 긴장과 걱정은 새털처럼 날아간다.
짧지만 강렬한 평화! 다시 일상에 뛰어들 용기가 불끈 솟는다.
잔근육도 생겼다. 처음엔 티가 안 나 투덜댔지만, 결국 시간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점점 또렷해지는 근육 선은 몸 근육만이 아니다. 마음의 근육이자, 세상을 버티게 하는 인생 근육이다.
운동이 근년의 루틴이라면 신문 읽기는 수십 년 된 루틴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종이 신문을 읽고 의견을 말하며 자랐다. 새내기 앵커 시절, 세상을 잘 모름에도
세상을 말해야 하는 불안감, 그때 붙잡은 구명줄도 신문이었다.
일일이 가위로 스크랩하고, 발로 뛴 기사를 읽으며 스튜디오 안에서 취재 현장을 짐작해 왔다.
습관은 지금도 이어진다. 종이 신문을 펼칠 때 전해지는 잉크 냄새를 엄마가 되어 이제 아이와 나눈다.
신문은 아주 짧은 시간에 웬만한 사회 전 분야를 훑어보게 한다. 독서와는 다른 즐거움이다.
기사 한 줄에서 출연자와 대화할 힌트를 얻고 나만의 시각을 세우는 작업을 매일같이 반복한다.
그러면 일에도 자신감이 붙는다. 비워야 채운다.
운동으로 깨끗이 비워낸 머릿속, 이제 세상사로 채울 타이밍이다.
갈수록 양극단으로 치닫는 전쟁 같은 현실, 20년을 전해온 나조차도 어질어질하다.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인생 근육’을 키운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결국 우리를 단단하게 지키는 힘은, 오랜 시간 쌓아온 루틴에서 나온다는 걸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출처 : 조선일보 [조수빈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