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술한잔 / 정호승

maverick8000 2024. 12. 13. 15:27

 

 

 

술한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詩 :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