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罪 '징역 1년 벌금 5000만원'
10년 전엔 서울에서 재수 학원 다니려면 월 150만~200만원씩 들었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올해 재수하게 된 조카는 월 300만원 넘게 든다고 한다.
기숙 학원도 생각했지만 수강료가 월 350만원이고 급식비까지 포함하면 400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포기했다. 학원비 대느라 부모는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재수하는 자식 눈치에 TV도 맘대로 못 본다.
자녀가 재수하면 부모는 ‘징역 1년에 벌금 5000만원’형을 받는 것이란 푸념까지 돈다.
▶서울의 유명 재수 학원이 이달 말 경기도에 월 500만원이 드는 기숙 학원을 연다고 한다.
아무리 수강료·교재비·모의고사비 등을 합했다지만, 연 6000만원이 드니 어지간한 공대 4년 치
등록금보다 많다. 해마다 학생은 줄어드는데도 주요 재수 학원은 원생 증가로 매출이 늘고 있다.
재수생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어느 학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7100억원을 넘었다.
집계가 나오지 않은 4분기까지 합하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을 거라고 한다.
▶많은 가정이 자녀 학원비를 대느라 등골이 휜다. 하지만 재수를 하면 수능 성적이 오르니
외면하기도 어렵다. 자식을 적게 낳아 아이의 미래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부모 심리도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정시 입학생 중에 고교 재학생 출신은 열 중 넷에 불과했다.
재수 선택도 증가한다. 2023년 기준, 서울 강남의 고교생 재수 비율은 평균 47%로 전국 평균 20%의
두 배가 넘는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란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최근엔 의대 정원 확대 이후 불어닥친 ‘의대 입시 광풍’도 한몫한다.
의대에 가려고 수능을 다시 보는 수험생이 크게 늘어 지난해 주요 대학 공대조차 적게는 20%, 많게는
절반이 반수를 택했다. 그 여파로 많은 대학이 학사 관리에 파행을 겪고 있다. 올해 수능을 두 번
이상 보는 N수생 수가 2001년 이후 최다인 20만명에 이를 거란 전망도 있다. 지난해엔 16만명이었다.
▶의대는 어느 나라에서나 선망하는 학과다. 그러나 우리는 도가 너무 지나치다.
요즘 의대 합격생은 80%가 N수생이라고 한다. 전교 1등조차 의대 가려고 재수를 택한다고 한다.
“의대만 갈 수 있다면 7수도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가기만 하면 남는 장사여서”라고 했단다.
한 세대 전 교육열은 나라를 일으켰는데 지금의 N수 열풍은 거꾸로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