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궁 나들이
2025. 3. 3. 삼일절 대체휴일 아침 7시30분, 집을 나섭니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렸고, 당일에도 서울엔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가 있어서
문득, 빗속에서 서울 고궁(古宮)을 걷고자 하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납니다..
제 차 덕팔이와 버스터미널 앞 나무의 소복한 눈을 보시면 전날 내린 눈의 양이 가늠이 되시지요?
아침 9시.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도착하면 무조건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 저에게는 서울 여행의 루틴같은 곳입니다.
맨 끝에 있는 포장마차가 제 단골집입니다.. ㅎㅎ 이곳에서 우동 한그릇.. 후루룩 뚝딱~
예전엔 이 포장마차 근처에 헌혈버스가 상주하고 있으면서 이쁜 간호사 누나가 헌혈하라고
호객행위(?)도 했었는데... 참 옛날 얘기입니다.. ^^ (저도 헌혈하고 쵸코파이랑 바나나 우유 먹었어요.)
강변역에서 2호선 전철로 시청역까지 단숨에 달려 갑니다.. 드디어 시청역에 도착..
앞에 보이는 구 청사 (현재는 도서관이라네요), 뒤에 신 청사 건물이 보입니다.. 여기도 참, 오랫만입니다..
청사 앞 광장은 뭔가 공사중...
오늘 답사 코스는 덕수궁 - 세종대로 - 경복궁 - 인사동 거리 - 운현궁 - 청계천입니다..
경복궁과 인사동은 10번도 넘게 갔었지만, 덕수궁은 한번도 못가본 곳입니다.
올 해가 을사년이잖아요.. 120년 전 일제에게 강제로 치욕적인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외교권을 비롯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을사년..
당시 조선의 무능한 왕이었던 고종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황제로 등극하면서
사용한 경운궁.. 이후 일제가 이름을 덕수궁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아래 돌담길은 연인이 함께 걸으면 이별한다는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입니다.. ㅎㅎㅎ
덕수궁 입구입니다.. 대한문.. 문을 지키는 병사가 있어서 인형인줄 알았는데 진짜 사람이네요..
아구구.. 죄송해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마네킹인줄...)
입구로 들어서면 우측으로 황제의 침전이었던 함녕전의 대문, 광명문이 나타 납니다..
주변 고층 빌딩들과의 콜라보라고 할까요.. 참 이채로운 풍경입니다.
조금 더 가면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의 정문, 중화문이 나타납니다.. 흠~~~
덕수궁의 메인, 중화전입니다..
도심과 어우러진 고궁의 고즈넉함...
중화전 내부 모습.. 황제가 앉았던 용상..
천장에는 용 두마리가 똭~!!!! 용을 조각하여 자신이 황제임을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뭐해.. 일본놈들한테 속절없이 무너졌는데... 이 나라가 37년간 식민지로 살았는데...
정1품부터 종9품까지 신하의 입장에서 도열해서 바라 본 황제의 권위...
황제의 입장에서 바라 본 조선의 주요 문무백관들의 도열한 모습..
석조전과 연결된 별관인가? 전시관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닫혀 있어서 건물의 명칭은 잘 모르겠네요..
이 건물이 석조전입니다.. 영국사람이 설계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고종이 접견실로 사용하고 황제 부부의 침실도 있었다고 하네요.. 고종이 죽고 나서 일제가
덕수궁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일본 미술품 전시관으로 사용하기도 했었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대한제국 역사관으로 개관하여 사용중입니다.
다음은 돈덕전입니다.. 외국인 연회장, 침실 등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고종이 황제 즉위식을 한 곳이기도 하고요..
건물 내부에는 처음으로 전기를 사용한 각종 조명 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앞에 있는 나무는 '회화나무'라고 하는데 예전부터 궁궐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1650년 경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고, 돈덕전이 건축되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일명 '고종의 길'이라고 불리는 덕수궁 밖의 도로입니다..
조선왕조의 어진을 임시로 봉안했었다는 정관헌입니다..
현재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낡은 건물입니다.. 건축형태나 양식도 정체불명인듯...
다음은 덕수궁의 이모저모...
임진왜란 때 선조가 임시로 거처했던 석어당.. 유일하게 잘 보존된 건물이라고 합니다..
이 덕수궁엔 못난 임금들만 거처를 했었나 봅니다.. ㅠㅠ
나오는 길에 어디선가 풍악소리가 들려 직감적으로 '수문장 교대식인가 보다'하고 얼른 가보니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야~ 이거 계 탔는걸.. ^^
날도 추운데 고생들 하십니다...
덕수궁에서 나와 다음 행선지로 향합니다..
이 길이 그 말 많고 탈 많은 세종대로입니다.. 휴일만 되면 각종 집회로 광화문 광장부터
시청,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이 길이 인파로 가득 메워집니다.. 언제나 이 나라가 평온해질지......
멀리 북악산과 그 아래 청와대 그리고 광화문이 보입니다..
조금 걷다보면 동일일보 사옥이 나타납니다.
어~ 요즘 제가 보는 드라마 '마녀'의 홍보물이 보이네요.. 이게 채널A에서 하는거구나..
전 티빙에서 보니까 그건 몰랐네요.. 암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ㅎㅎ
동아일보 사옥 옆에는 청계천의 시작을 알리는 '해치' 조형물과 함께 청계천이 시작됩니다..
청계천은 이따가 다시 들르기로 하지요..
얼마나 걸었을까요.. 멀지 않은 곳에 교보문고가 있습니다..
아~ 옛 추억이 새록새록..
교보문고 입구에는 이렇게 좋은 글귀가 써있네요..
고종어극 칭경기념비입니다.. 종각역에 있는 보신각과 헷갈리시면 안됩니다.. ㅎㅎ
드디어 광화문광장..
충무공 이순신장군님께서 멋진 포즈로 못난 후손들을 굽어 살피고 계십니다..
그 넓던 길이 모두 광장으로 변했군요..
일부 광장이었을 때 왔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모습도 변합니다..
대왕마마.. 120년 전 저희는 이 나라를 일제에게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나이다..
다시는 힘없는 무지몽매한 민족이 되지 않도록 굽어 살피옵소서.
(이 나라의 위정자와 정치인들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해라..)
광화문 앞에 섰습니다.. 새로 단장하고 문 앞의 광장도 일부 조성한 모습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조선시대의 광화문 모습
일제시대에는 광화문 바로 뒤에 조선총독부를 크게 지어 제1의 법궁인 경복궁을 능멸하였지요.
창경궁을 동,식물원으로 전락시키고 창경원으로 개칭한 것처럼 말이지요..
저 조선총독부는 일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영삼대통령이 확 부셔버렸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참 잘했어요" 도장 다섯개 찍어드리고 싶습니다..
광화문의 수문장 '해치'입니다. 서울시의 상징 동물이기도 하지요..
이 사진은 경복궁 내부에 공사중인 가림막에 붙은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배경이 멋지지요..
실제 궁궐문을 지키는 병졸들..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군요..
비 오는 고궁을 호젓하게 걸어보고자 하는 기대는 맑은 날씨 덕분에 물거품이 되고,
바람부는 을씨년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관람객의 2/3는 외국인인듯...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1905년 을사조약의 암울함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고..
을사년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1905년 을사년은 아니다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경복궁은 그냥 사진으로만 소개드립니다..
좌측이 인왕산, 우측이 북악산..
저는 이 회랑이 참 마음에 들어요..
경복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죠. 경회루..
예전엔 저 누각 안으로 들어가서 올라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출입금지입니다..
이 여자가 나를 찍는건가? 아님 내가 저 여자를 찍는건가???
궁궐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래 사진은 동십자각.. 원래 경복궁에 속한 망루였는데 지금은
외롭게 혼자 분리되어 섬처럼 혼자 서있습니다. 서십자각은 일제시대에 헐리고 없습니다. ㅠㅠ
자, 이제 덕수궁-세종대로-경복궁으로 이어지는 관람을 마치고 민생고를 해결해야 할 시간..
예전부터 자주 들렀던 칼국수집에서 만두국으로 식사합니다..
(만두국에 만두는 4알.. 제법 크기는 하지만 너무한거 아니냐고.. ㅠㅠ)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인사동거리..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예전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져서 걸을수록 실망감이 커집니다.. ㅠㅠ
볼거리도 막상 살 것도 없고, 호기심도 사라지는군요..
더 실망하기 전에 인사동 탈출.. 운현궁으로 발 길을 돌립니다..
그런데 안국역과 이 일대의 도로변에 경찰 병력과 차량이 쫙 깔렸습니다..
또 시위가 있으려나 봅니다.. 발 길을 재촉하여 운현궁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 포플러 나무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요로코롬 하얗게 되었을꼬???
이곳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사저 운현궁입니다.
임금이 살지도 않는데 왜 '궁(宮)'이 되었냐면... 고종이 왕이 되기 전에 여기서 살았고, 흥선군의
칭호가 '흥선대원군'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입장료는 무료.. 규모는 별 것 없습니다만, 역사적 가치는 높은 곳이지요..
흥선대원군의 집무실이었고, 고종과 명성황후가 가례를 치른 곳.. 노안당입니다.
다음부터는 그냥 사진으로만.....
노락당
이로당
끝까지 쇄국정책을 고집했고, 며느리 명성황후와도 대립각을 세웠던 흥선대원군..
이 양반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분분하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나라 조선왕조의 끄트머리에서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영욕의 세월을 보낸 그의 일생을 뒤돌아 봅니다..
자, 이제 여행의 마지막 코스.. 청계천입니다.
청계천을 걷고 나서 을지로에서 전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갈 계획입니다.
청계천은 2003년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진두지휘하여 약 6km 구간을 복원한 곳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인공하천이었지만 일제시대에는 생활하수 처리하는 곳으로 전락하였고,
해방 후에도 계속 슬럼화된 빈민가였습니다. 지금도 하천변 일부 상가는 껍데기만 그럴듯하지
복원사업 이전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청계천은 이명박시장의 대단한 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에는 안보여도 버드나무에는 벌써 봄 기운이 파릇하게 느껴집니다..
수포교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한 선죽교와 잠시 헷갈림.. 뜨끔.. ^^;;)
이제 모든 관람을 마치고 춘천행 버스를 탔습니다. 휴대폰을 보니 대략 2만5,000보 정도 걸었네요..
차 창 밖으로 올림픽대교가 보입니다.. 다리 이름은 올림픽대교이지만 개통은 그 다음해에 된
다리입니다. 이 다리에는 아픈 역사가 있지요.. 교각 제일 꼭대기에 있는 성화 모양의 조형물이 보이시죠?
저걸 육군항공 헬기.. 일명 시누크라고 불리는 헬기로 운반하여 올리다가 기상 악화 등의
사유로 헬기가 추락하여 조종사를 비롯한 3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헬기는 완파된 사고입니다.
아고고... 가슴 아픈.... 2001년에 일어난 사고이니 벌써 24년이 되었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돌아 본 고궁과 청계천 등은 여러번 가본 곳도 있고 처음으로 방문한 곳도 있습니다.
호젓하게 걸어보고픈 생각은 무산되었지만,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는 과거 수방사에서의
군생활도, 직장생활도 생각나게 하는 추억여행이었습니다..
이제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다가 옵니다..
바람도 훈훈해지는 봄이니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고궁을 나들이 해 보시는건 어떨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