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산토끼에게 운명을 맡긴 사람들

maverick8000 2025. 4. 17. 14:57

 

 

 

“오늘 내가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네. 산토끼는 잽싸게 잘 달리니까 소작료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토끼에게 편지와 돈을 넣은 주머니를 주고

길을 잘 알려주면 되겠군.”

주민들은 편지와 돈을 넣은 주머니를 토끼의 목에 매달며 말했습니다.

“먼저 랭커스터로 가거라. 그런 다음 러프버러로 가야 한다. 뉴어크가 우리의 지주이니

안부를 전하며 소작료를 가져왔다고 해라.”

토끼는 사람들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시골길을 따라 달렸습니다.

- 조셉 제이컵스 ‘고담의 잘난 척하는 사람들’ 중에서

 

옛날 어느 날, 고담시 주민들은 소작료 내는 날을 깜빡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기한에 늦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주민 중 한 명이 산토끼가 누구보다 빨리

달린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주민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지주의 안부를 묻는 편지와 함께

소작료를 넣은 주머니를 토끼 목에 매달아 보내기로 했다.

 

그들은 토끼에게 길을 자세히 알려주고 지주에게 잘 전달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옛날이야기라고는 해도, 토끼는 그냥 토끼였다. 조금 전 사로잡혔던 산토끼는

놓여나자마자 부리나케 숲속으로 달아났다.

“그쪽이 아니야!” 누군가 놀라 외치자 또 다른 사람이 안심시키며 말했다.

“토끼는 우리가 모르는 지름길을 잘 알고 있을 거야. 개가 무서워서 큰길로는 가지 않는 거라네.”

 

동화는 여기에서 끝난다. 토끼는 무사히 성에 도착했을까.

왜 소작료를 내지 않느냐며 지주가 호통을 치고는 괘씸한 소작인들을 잡아들여 곤장을 치라고 했다면,

그들은 기한을 잊지 않았다고, 분명히 소작료를 보냈다고, 예의 바르게 지주의 안부를 묻는

편지까지 썼다고 억울해하며 달아난 토끼만 원망했을까.

 

어리석은 위임의 결과는 고담 시민이 감당해야 할 무게로 고스란히 돌아왔을 것이다.

믿음과 신뢰는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을 믿느냐, 누굴 신뢰하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맡긴다는 것은 믿는다는 뜻이고, 그 책임은 믿고 맡긴 사람이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능과 무책임을 토끼 탓으로 돌렸을 고담 시민의 모습은 때로 기대가 무너진 다음,

믿음에 배신당했다고 가슴을 치며 원망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은 운명과 미래를 누구에게 맡겨놓고 무엇을 기다리려 하는가.

 

김규나 소설가

 

출처 : 조선일보

 

위임 mandate , 委任

타인의 노무를 이용하는 계약의 일종이다. 위임은 원칙적으로 편무(불완전쌍무)·무상계약이므로,

수임인은 특약이 없으면 위임인에 대해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다(제686조 1항).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제681조).

또한 수임인은 보고의무·취득물인도의무·취득권리이전의무와 금전소비의 책임 등을 진다.

이에 대해 위임인은 비용선급의무·필요비상환의무·채무변제의무·손해배상의무·보수지급의무 등을 진다.

위임의 특별한 종료원인으로서 민법은 ① 당사자에 의한 해지, ② 당사자의 사망, ③ 당사자의 파산,

④ 수임인의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제689·690조),

그밖에도 위임사무의 종료, 이행불능, 종기(終期)의 도래 등으로 위임이 종료됨은 물론이다.

 

위임이 끝나는 때에 당사자가 손해를 받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임종료시의 특별조치로서

민법은 수임인 쪽의 긴급처리의무(제691조)와 위임종료의 대항요건(제692조)을 두고 있다.

위임은 민법상 무상·편무 계약이 원칙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보수의 특약이 있는 유상·쌍무 계약이 많으며,

상법에서는 유상으로 하는 특칙이 있다(제6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