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결혼식 주인공은 나야 나

maverick8000 2025. 4. 23. 09:35

 

 

 

결혼식 갈 일이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내 나이다. 더는 결혼 적령기 친구들과 일할 기회가 잘 없다. 장례식 갈 일만 는다.

다른 하나는 낮은 혼인율이다. 결혼 적령기 친구들과 일을 하더라도 결혼하는 친구가 잘 없다.

어떤 이유로든 비극이다.

 

오랜만에 결혼식 갈 일이 생겼다. 십 년 전 직장 후배다. 후배에게는 첫 직장이었다.

10대 티를 갓 벗은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웨딩드레스 입은 걸 보자 눈물이 났다.

딸 시집보내는 아비 마음이 뭔지 마침내 알게 됐다.

 

결혼식은 모던하고 단정했다. 웃기는 주례사는 없었다. 오글거리는 친구들 춤사위도 없었다.

“첫날밤 가즈아” “반품 거절” “신랑 친구 보러 옴” 같은 자기들 딴에는 웃긴다고 쓴 문구가 적힌

화환도 없었다. 주인공은 오로지 신부와 신랑이었다.

 

요즘은 모두가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소셜미디어 결혼식 영상들도 주인공이 되려는 자들의 몸부림으로 가득하다.

신랑이 지드래곤 춤을 추며 입장하는 영상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결혼과 지드래곤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게 자랑스러운 사람은 네 엄마뿐이다.

 

엄마도 문제다. 한 젊은 엄마는 아들 결혼식장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저기서 춤출 일이 너무 기대된다”고 썼다.

그날을 위해 댄스 동호회 회원들과 열심히 연습하는 중이란다.

결혼식에서 주목받아야 할 여자는 한 명이다. 신부다.

춤추는 시어머니가 주인공 역할을 뺏어가면 곤란하다. 그런 시어머니는 영원히 아들 결혼 생활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난 나야” 세대의 결혼식은 시끄럽다. 주인공이 너무 많다.

신랑은 춤을 춘다. 신부도 춤을 춘다.

앉아 있다 눈물 한번 훔치는 역할만 하면 되는 부모들도 춤을 춘다.

사람들이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밥이다.

한국인은 모든 결혼식을 밥으로 평가하고 밥으로 기억한다.

후배 결혼식은 밥도 탁월하게 맛있었다. 완벽했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