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친애하는 나의 불안 / 정다연

maverick8000 2025. 5. 16. 08:35

 

 

 

 

 

 

     친애하는 나의 불안  /  정다연

 

 

     기척도 없이 불안이 다가올 때

     ​길을 지나다 우연히 아기 고양이와 만난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져

     ​달래주려고 했던 건데 매섭게 손톱으로 할퀴어도 깨진 빗금처럼 상처가 나도

     ​다가오는 손길이 많이 무서웠구나 너도 내가 처음이지?

     가까이는 말고 이렇게 같이 있자 한걸음 물러서 있게 돼

​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 안녕을 빌어 주게 돼

     ​잠 좀 자고 싶은데 아무리 애를 써도 겨우 한 시간쯤 지나 있을 때

     ​멀미처럼 불안이 밀려와 이마를 꾹 누를 때

     ​서랍에 넣어둔 부드러운 스웨터를 떠올리면 조금은 견딜 만해져

     ​한 계절 같이 건너갈 수 있는 거라면

     ​어디에다 두었지? 한 번씩은 잃어버릴 수 있는 거라면

​     조금은 괜찮아져

 

     정다연 시집 /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창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