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임무를 찾아서
불가능한 임무가 끝났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1편은 1996년 개봉했다. 내가 입대한 해다. 내 임무는 2년 2개월 만에 끝났다.
톰 크루즈가 임무를 끝내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다 숨이 막혔다.
톰 크루즈는 날아가는 경비행기에 매달려 싸운다. 2편에서는 암벽 등반을 했다.
4편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매달렸다. 5편에서는 수송기에 매달렸다.
6편에서는 헬리콥터에 매달렸다. 7편에서는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직접 스턴트를 했다.
군 시절 나도 스턴트를 했다. 군대는 영화가 아니다. 스턴트라 부를 수는 없다.
어쨌든 스무 살 나는 몸으로 해냈다. 11미터에서 하강하는 레펠도 했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다. 벌벌 떨며 조교에게 욕을 먹다 깨달았다.
나는 전투용 인간이 아니었다. 육군본부는 나를 행정병으로 만들었다.
내 근육 중 그나마 쓸모 있는 부위가 두뇌 근육이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두뇌에는 근육이 없다.
영화를 보고 나오던 중 친구가 물었다. “요즘 젊은 애들에게 톰 크루즈는 어떤 이미지일까?”
나에게 그는 액션 스타인 동시에 젊은 연기파 배우였다.
스턴트가 필요 없는 ‘레인맨’ ‘7월 4일생’ ‘어 퓨 굿맨’ 등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
오스카 후보에도 3번 올랐다.
톰 크루즈는 오스카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1999년 ‘매그놀리아’를 마지막으로 ‘연기 변신’을 끝냈다.
액션 스타와 연기파 배우 사이에서 더 자신 있는 것을 골랐다.
선택했다. 집중했다. 영화 역사상 매우 성공적인 시리즈 중 하나인 ‘미션 임파서블’이 그 결과물이다.
인간은 다 해낼 수는 없다. 다 잘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내가 지금 이따위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 결과물이다.
마지막 문장이 안 풀릴 때마다 어딘가에 외롭게 매달린 톰 크루즈를 떠올린다.
오늘 임무는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