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색안경을 쓰자
살짝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요즘 나의 취미는 ‘선플 달기’이다.
각종 기사나 유튜브 콘텐츠에 긍정적이고 착한 댓글을 다는 일이다.
나이가 들면 온화한 미소의 인자한 노인이 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눈과 귀에 거슬리는 일과 사람이 너무 많아 표정 관리가 어렵다.
전직 신문기자라 맞춤법은 물론 팩트에 맞지 않는 내용들은 지적하고 교열을 보고 싶은 욕구에
손가락이 간질간질할 때도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준엄하게 꾸짖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생각 없이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단 악플은 상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고 이 악플을 못 견뎌 삶을 마감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댓글들을 찬찬히 보니 쓰레기통에 던진 오물 같은 악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익한 내용이다’ ‘너무 감동이네요’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어요’ ‘충실한 정보 감사하다’ 등등
선량한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선플을 달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착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색안경’을 쓴 것 같았다.
나는 그동안 써왔던 편견과 비판, 이기적이고 편협한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착한 색안경을
새롭게 착용하기로 했다.
색안경을 쓰기 전에 내 생각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내 생각이 편견은 아닌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어른들에겐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호두 껍데기처럼 단단한 편견의 막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류나 세평에 휩쓸려 굳은 편견은 결국 나 자신을 소통이 안되는
고독한 노인으로 만든다.
선플을 달려면 그 사람이나 내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긍정의 시선만으론 부족하다.
좋은 점, 유익한 내용 등을 잘 파악해야 하고 구체적이고 명징한 단어도 선택해야 한다.
나름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내가 단 선플에 ‘좋아요’가 많이 눌러지거나 공감의 댓글이
이어 달리면 뿌듯했다.
선플의 또 다른 긍정적 효과는 주위 사람들을 볼 때 장점이나 칭찬할 요소들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전 강의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이 매사 너무 예민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둔감력을 키우세요’란 말 대신 난 이렇게 말했다.
“그 예민함이 장점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하세요. 전 너무 무뎌서 쓸개에 돌이 만들어진 줄도 몰라
결국 쓸개 제거 수술도 받았고, 주변 사람들의 감정도 세심하게 살필 줄 모르거든요.
전 예민함 보충 주사라도 맞고 싶답니다.”
그분의 표정이 환해졌다. 극단적 개인주의, 과도한 피해의식, 그리고 견고한 편견에 갇혀 살면
오히려 나에게 손해임을 깨닫는다.
착한 척을 하다보면 결국 착함도 습관이라 착한 사람이 된다.
나이 들면서 존경을 받기보다 상대에게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착한 색안경을 쓴다.
방송인 유인경
출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