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인간과 곤충

maverick8000 2025. 6. 27. 08:35

 

 

 

1970년대 농촌에선 메뚜기가 흔했다. 논과 밭을 넘나들며 무리 지어 이동했다.

때로 1년 동안 애써 기른 농작물을 먹어 치워 농업인들이 애를 태웠다.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로 주민들에게 간식거리로 쓰이기도 했다.

오염되지 않은 들에서 잡힌 메뚜기들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이 좋았다. 프라이팬에 볶거나

짚풀에 굽고 볶으면,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어른에겐 술안주로, 자녀에겐 주전부리로 인기가 많았다. 어린아이들은 됫병에 메뚜기를 한가득

잡아 팔기도 했다.

지금은 농약 때문에 논에서도 메뚜기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만, 당시엔 반나절이면 식구들이

먹을 만큼은 잡을 수 있었다. 번데기에게 주도권을 물려주기 전까지는 농촌의 대표적인 가을 간식이었다.



심심풀이 먹거리에 불과했던 메뚜기가 요즘엔 대체 식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단백질과 지방,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메뚜기의 사육과 유통은 환경 친화적인 산업으로

부상한다. 메뚜기뿐 아니라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과 귀뚜라미도

식용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식용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줄이고 일상에서 식품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기도 한다.

 



춘천 곤충 산업 거점 단지도 같은 맥락이다. 춘천시는 연말 완공을 목표로 동산면 조양리 일원에

곤충산업 거점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단지에는 스마트 팩토리팜, 임대형 스마트팜, 사료 제조 시설이

들어선다. 곤충의 단백질을 활용한 식품을 산업화하고 부산물을 이용해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지 2만 3815㎡, 연 면적 4154㎡ 규모의 거점 단지가 준공되면, 연간 1000t의

‘갈색거저리’를 생산할 수 있다.

단지 준공에 앞서 곤충산업 활성화를 위해 곤충 전문 인력 양성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작고 하찮아 보였던 곤충들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먹거리를 도와줄 고마운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인간과 곤충 사이에 새로운 인연이 맺어지는 듯하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