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허망에 관하여 - 김남조

maverick8000 2023. 1. 9. 09:15

 

허망에 관하여 - 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주마
 
​어느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 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산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 두기도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