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여행, 맛집

제주 각재기국

maverick8000 2023. 2. 22. 09:44

 

고등어가 우리의 국민 생선이라면, 일본의 국민 생선은 전갱이다.

일본 북규슈 바닷가 한 미치노에키(道の駅·도로 휴게소)가 문을 열자마자 줄을 서 있던 주민이

들어와 가장 먼저 찾은 생선이다. 한 마리씩 포장되어 있는 전갱이에는 횟감용(刺身用)이라는

표기가 제일 크게 붙어 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아지(鰺)라는 이름과 생산지, 어업조합 명칭,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賞味期限) 등이 표기되어 있다.

 

전갱이를 회로 처음 먹었던 곳은 남해군 지족마을이다.

멸치를 잡는 죽방렴에 갈치와 함께 들어온 것이다. 안주인이 ‘매가리회’라며 권했었다.

고등어회보다 기름진 맛은 덜하지만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다.

연안에서 생활 낚시로 전갱이를 잡기도 한다. 강원도 고성 거진어판장에서 늦가을에 펄떡이는

전갱이를 보기도 했다.

따뜻한 곳으로 내려가는 전갱이가 고등어를 잡으려 설치해 놓은 정치망에 걸린 듯했다.

 

전갱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해 대만난류를 따라 올라와 제주를 비롯한 남쪽 바다에 알을 낳는다.

멸치나 작은 새우를 좋아해 멸치 잡는 그물에 함께 잡히기도 한다. 어린 전갱이는 농어, 방어,

부시리, 잿방어 등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김려가 진해만 근처로 유배와 기록한 ‘우해이어보’를 보면,

여성들이 매갈(䱅𩹄)로 젓갈을 담아 배로 가지고 다니며 팔았다고 했다. 전갱이젓이다.

 

전갱이는 떼를 지어 이동하기에 고등어처럼 그물에 대량으로 잡힌다.

지금처럼 보관 시설이 좋지 않아 젓갈이 최선의 가공식품이었다.

제주도에서는 전갱이를 ‘각재기’라 부른다. 전갱이는 조림이나 구이로 많이 이용하고, 산지에서 회로

먹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국을 끓여 먹는다. 비린내가 나지 않아야 하니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산란철에 제주 바다를 찾는 전갱이가 많았기에 가능했다.

 

끓는 물에 손질한 각재기를 넣고 끓인 후 배추를 넣어 다시 끓인다.

마지막으로 강된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 제주 음식이 그렇듯이 조리법은 간단하며 재료는 신선하다.

살이 오른 제철에 잡아 냉동 보관을 해서 사철 각재기국을 내놓는 곳도 있다.

서귀포에서는 칼칼하게 각재기 조림을 만들기도 한다. 양식 어업의 사료로 이용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