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과 사랑

못난 아들 / 나태주

maverick8000 2023. 3. 9. 10:10

 

못난 아들

꿈속에서 어머니를 뵈었다

이러저러한 고비를 넘어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

무명가수의 열창을 들으며

함께 즐거워했다

앞자리에 청양 누이가 앉아 있어

누이에게 작은 용돈을 주고

이어서 어머니에게 좀

넉넉한 용돈을 드리려고

가방을 뒤졌으나

분명 아까 가지만 해도 있던 돈 봉투가

보이지 않는 거였다

애가 타서 가방을 뒤져

돈 봉투를 찾다가 그만 어머니에게

용돈 한 푼도 드리지 못하고

끔을 깨어버렸다

어머니 그 나라에서 용돈이 궁해서 어떻게 지내시나

이렇게 나는 꿈속에서까지

못난 아들입니다

그래도 어머니 신색이 편하고

좋게 보여 그나마 좋았습니다

그 나라에서 지내시기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섭섭한 가운데서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