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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삶과 여행, 맛집

반지하 유감(遺憾)

by maverick8000 2022. 8. 12.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2010년 언저리쯤에 서울에서 중개업소를 할 때 근 2년여 동안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았습니다.

집집마다 구조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집이 반쯤 지하에 묻혀 있다는 것은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반지하 방은 공통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집안으로 해가 들지 않아 공기가 습하고 곰팡이가 쉽게 번식합니다.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외부에서 흙먼지가 날아 들어와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이 의도여부와 관계없이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사생활이 침해되고 보안에도

취약하여 대부분 방범창을 창문 내외부에 설치해야 합니다. (그것도 안심이 안되어 자물쇠로 걸어 잠그지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지하이다 보니 당연히 오수 및 하수의 배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번거로운 일이 자주

생기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번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다 보니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방이 침수되어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침수가 되어 현관문이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았을 것이고,

걸어 잠근 내외부의 방범창 때문에 탈출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구조대가 도착해서도 방범창을 뜯어내야 하니 구조에도 시간이 걸렸을 것이구요..

반지하는 당연히 월세든 전세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하는

주택입니다.

현재 서울에만 20만 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하네요.. 얼추 약 60만명의 주거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고로 반지하나 지하주택은 주거환경이 열악하니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창고 등의 비주거용으로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합니다.  유예기간을 길게 잡은 것은 이해되나 과연 그 기간중에 개인 소유의 주택을

쉽게 용도 전환할 수 있을까요.. 

반지하는 1980년 대부터 급격히 늘어 났거든요.. 건축법 상 지하는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당시 다세대 또는 다가구주택을 지으면서 너도 나도 반지하주택을 만들었습니다.

이 반지하주택은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가격이 저렴하니 어려운 서민들이 이용하는 주거시설입니다.

어떤 현실적 대책도 없이 그냥 반지하주택을 없앤다고만 하면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금 서울, 수도권의 집값 수준이 어떤가요?   매매가격은 너무 엄청나니 아예 빼고 말해 봅시다.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5~6억 하잖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 결혼해도 전세는 커녕 외곽지역의 다세대주택 월세도

빠듯하게 들어가 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뭐 부모 잘만난 친구들은 집도 한 채 턱턱 사주더구만.. 일반적인 서민들이

그게 쉬운 일인가요. 그런 집 보면 그저 하품 나오는거죠.)

월세는 싼가요.. 월급받아 집세 내고 생활하니 저축은 커녕 생활 자체가 빠듯한거죠.

 

이런 상황에 반지하주택 없애려면 현실적인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건 세금으로 봉급 받는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니 여기서 시시콜콜 언급하지는 안겠습니다만,

암튼 이번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사망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니, 10여년 전 마포구 망원동 반지하 월셋방 살이하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라 몇자 적어 봤습니다.

 

이번에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이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