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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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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습도 들을 노래가 없다. 나도 결국 이런 불평을 하는 꼰대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빌보드 차트를 참고했다.최신 히트곡을 들으려 노력했다. 요즘은 옛날 노래만 듣는다. 귀도 늙는다. 지금 빌보드 차트 1위는 엘라 랭글리의 ‘Choosin’ Texas’다.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같은 22주째 1위다.한 주 더 1위를 하면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다. 엘라 랭글리가 누구냐고? 나도 몰랐다. 여성 컨트리 가수다.최장 1위를 한 노래지만 도대체가 아는 사람이 없다. 예전 빌보드 히트곡은 전 세계가 알았다.요즘 히트곡은 아는 사람만 안다.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일 것이다.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듣는 건 적극적인 행위는 아니다.음반을 사야만 들을 수 있던 시대와는 다.. 2026. 9. 17.
남자의 눈물 1783년 미국은 독립전쟁에서 이겼지만 장교들은 월급과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격앙돼 있었다.쿠데타 정보가 돌았다.조지 워싱턴이 이들 앞에서 처음 안경을 꺼내 들고 “여러분을 위해 복무하다 머리가 희었고,이제는 눈까지 어두워졌다”고 했다. 거친 사내들이 하나둘 눈물을 쏟더니 쿠데타 음모도 없던 일이 됐다.처칠은 나치 폭격을 맞은 런던 주택가를 돌다가 시민들이 “우리는 견딜 수 있습니다. 되갚아 주십시오”라고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닦던 모습은 ‘총리가 국민 고통을 함께한다’는 믿음을 줬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6~7세 어린이 20명이 숨졌다.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치고는 총기 규제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총기 .. 2026. 9. 17.
이름 없는 검사의 하루를 그리워할 것이다 중고교 시절, 나에게는 이상한 징크스가 하나 있었다.내가 다닌 학원들이 얼마 정도 지나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친구들은 농담 삼아 나에게‘학원 종결자’라는 별명을 붙였다.학원 종결자는 대학에 갔는데, 대학 졸업반 때 이제 법대가 없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돌아갈 모교를 잃어버린 채 졸업했고, 첫 직장에서 10년을 보냈다.그리고 이제 나의 첫 직장, 검찰청이 사라진다고 한다. 설마 현실이 되겠나 했던 일이현실이 된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만감이 교차하는 나날들이다. 보완 수사의 중요성이나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해 열변을 토할 마음은 없다.검찰을 무작정 옹호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데에는 분명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이유가 있고, 권한을 가진 기관이라면그 권한에 비례하여.. 2026. 9. 17.
맥주의 계절 멋쟁이에게는 긴 옷자락 일부러 휘날릴 만한 계절이다. 유지방 깃든 빙과를 탐하기에도 딱 좋은 때다.아이스크림부터 젤라토를 한껏 즐기자면 바로 주르르 흘러서도 안 되고, 내내 딱딱하기만 해도 못 쓴다.맥주당에도 황금 같은 때가 바로 이 즈음이다.상온보다 살짝 아래로 떨어진 맥주의 질감과 풍미를 아는 이가 맥주당이다.한반도식 염천과 혹한에 상온 운운이 될 말이냐. 중국 맥주 산업의 효시는 1900년 하얼빈에서 시작한 하얼빈맥주다.지리적으로 러시아와 마주하고 독일마저 일찍 손을 뻗쳐 유럽 분위기가 상당했던 하얼빈은 ‘동양의 파리’또는 ‘동양의 모스크바’로 불렸다. 맥주는 하얼빈에 둥지를 틀 만했다. 그 뒤를 이은 맥주가 칭다오맥주다.1903년 칭다오맥주가 나온다. 홉은 독일산을 썼고, 마침 라오산의 좋은 물이.. 2026. 9. 15.
만인이 사랑한 '러브'의 비극 로버트 인디애나, 러브, 1976년 제작, 폴리크롬 알루미늄, 약 365.8 × 365.8 × 182.9 cm, 미국 필라델피아 러브파크 소재, 필라델피아시 소장, 폴 브래디 사진. 예술가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돈을 번다고 비난을 받는다면,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미국 미술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1928~2018)의 ‘러브’는 세계 각지의 공공 조각에서부터포스터, 머그잔, 열쇠고리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복제되어 널리 퍼져 있다.선명한 글자체, 강렬한 색채, 장난스레 기울어진 ‘O’에 이르기까지 인디애나의 ‘러브’는 만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언제 봐도 세련되고 경쾌하다. 작가가 친구들에게 손수 보내던 카드에서 시작된 이 도안은 1965년 뉴욕 근대미술관에서크리스마스 카드로 만들.. 2026. 9. 15.
상류층일수록 죄의식 없이 뻔뻔한 이유 돈 많은 상류층(wealthy upper-class)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보다 정말 더 이기적이고(more selfish) 덜 양심적일까(less conscientious)? 세상의 허를 찌르는(catch the world off guard) 기발한 연구에 수여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의올해 경제학상은 ‘부와 비윤리적 행동’의 상관관계(correlation between wealth and unethical behavior)를고찰한 조사 결과에 돌아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여러 실험을 통해 사회적 계층과 부도덕한 행위의 연관성을 들춰봤다.그 결과, 상위 계층(high social stratum)일수록 운전 중 몰염치한 끼어들기를 하고(brazenly cut in),거짓.. 2026. 9. 15.
나이키의 굴욕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넘은 건 아디다스와 온(On) 운동화였다. 남성 우승자가 아디다스를, 여성 우승자가 온을 신었다. 결승선에서 선수들을 맞이하던 이들 중에는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도 있었다. 나이키는 “러닝은 우리의 심장”이라고 말하는 회사다. 그런 곳을 이끄는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참가자와 관람객에겐 나이키가 한때 확고한 우위를 점했던 도로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 하루였다는 말이 나왔다.▷도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나이키가 굴욕을 맛봤다. 이달 21일부터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00 지수에서 퇴출당한다. S&P100 지수는 미국을 상징하는 100대 기업을 모아 놓은 지수다. 나이키는 2008년 말부터 줄곧 .. 2026. 9. 14.
경로당 기피증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귀촌한 지인은 경로당에 가지 않는다. 그의 유머 섞인 대답은 이렇다.“형님들이 심부름 시킬까 봐 안 갑니다.” 일흔을 넘겼는데도 막내 취급한다고 했다.베이비부머(1955~1963) 세대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년이다.세상이 노인이라 부르면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인정하기는 싫다고 했다.‘경로(敬老)’라는 명칭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로당은 파벌 싸움도 심각하다.팔순 넘은 어르신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박정희’ ‘김대중’ ‘김종필’ 지지자로 나뉘어 대립한다고 했다.상대편이 주도하는 행사는 불참하기 일쑤지만 예외도 있다.무료 점심시간과 버스 빌려 단풍놀이 갈 때다. 형식적으로 소액의 회비를 내지만,실제로는 거의 전액 국고와 지자체 예산이다. ▶국내 경로당이 기.. 2026. 9. 14.
금으로 흩뿌려진 별자리 인간처럼 아름다움에 목마른 동물이 또 있을까. 요즘처럼 스산한 가을바람이 부는 계절은 더하다.화려한 여름을 떠나보내고 휑한 가슴에 궁극의 아름다움을 채우고 싶어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겨본다.어제는 서울 부암동 무계원에 들러 170년째 금박장 가업을 이어오는 김기호 장인의 전시를 봤다. 철종 때부터 장인의 아들까지 6대째 기술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니 놀랍다.무형유산이 대를 이어 보존된다는 데 경의를 표하며, 한옥 안채에서 사랑채로 이어진 전시를 관람했다. 첫날이라 행랑채에서 장인의 강의가 있었다.원래는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조선 왕실 기술의 대가 끊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부부가 전수받았다. 부모도, 조부모도 부부가 작업했다. 혼자서는 못 하는 일이다.금박장은 저고리, 스란치마, 댕기, 복건, 원삼, .. 2026. 9. 14.
김일성 살린 '노비첸코' 다리 1946년 평양역 광장에서 김일성이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는데 수류탄이 날아들었다.소련군 경비병 야코프 노비첸코 소위가 몸을 날려 수류탄을 집어 던지는 순간 폭발했다.노비첸코는 한쪽 팔과 눈을 잃었지만 김일성은 무사했다.1984년 소련을 방문한 김일성은 노비첸코를 평양으로 초청했고 최고 영웅 칭호를 주며 고마워했다.이듬해 북·소는 노비첸코를 소재로 한 영화 ‘영원한 전우’를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노비첸코를 모르는 북한 주민은 없다고 한다. ▶해방 직후 38선 이북에는 3개 정치 세력이 있었다.조만식 선생의 민족주의 계열, 현준혁이 이끈 국내파 공산주의 계열, 소련군이 밀던 김일성 계열 등이다.해방군이라던 소련군은 약탈과 겁탈을 일삼았다. 북한 내 반공 진영이 가만 있지 않았다.1945년 9월 공산주의.. 2026. 9. 11.
오빠, 그만 좀 바라봐 말하는 동물이 있다. 앵무새가 대표적이다. 가장 영특한 건 회색앵무다.단어를 수백 개나 익히고 문맥에 맞게 사용하는 능력이 있다. 구관조와 까마귀도 못지않게 잘 한다. 앵무새가 말을 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아리스토텔레스는 백과사전 ‘동물지’에 이렇게 썼다.“앵무새는 인간의 혀를 지닌 듯 소리를 내며 사람 말을 따라 한다.”우리가 아는 많은 상식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앵무새 말을 처음 들은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신에게 홀린 기분이었을 것이다.호머가 ‘오디세이아’를 쓴 시절에도 그리스에 앵무새가 있었다면 제우스 첩자라 믿었을지도 모른다.앵무새가 서구에 알려진 건 알렉산더 동방 원정 이후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요즘 과학자들은 고래 언어를 해석하고 싶어 한다.최근 인공지능을 탑재한.. 2026. 9. 11.
‘매우 느린 달리기’ 뜻밖의 효과 걷는 속도지만 리듬감 있게…‘매우 느린 달리기’ 뜻밖의 효과[바디플랜]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단 10분간 아주 천천히 달려도 기분이 좋아지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특히 체력이 떨어져 빠르게 달리기 어렵거나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사람에게 관심을 끄는 결과다. 숨이 차도록 달리지 않아도 몸과 머리가 리듬감 있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달리기 특유의 동작 자체가 뇌에 색다른 자극을 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일본 쓰쿠바대학교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남녀 24명을 대상으로 ‘매우 느린 달리기(very slow running)’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미징 뉴로사이언스(Imaging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참가자.. 2026.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