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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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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답함 / 나태주 사랑에 답함 / 나태주예쁘지 않은 것은 예쁘게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좋지 않은 것을 좋게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2026. 6. 30.
이쁘다고 말하니 더욱 예쁘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 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나태주 시 ‘사랑에 답함’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쉽고 따듯하게 읽히는 시가 바로 나태주다. 여든한 살 현역인 그가 새 시집 『이쁘다고 말하니 더욱 예쁘다』를 펴냈다. 특유의 ‘예쁘고 착한’ 시들을 한데 모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 좋아할 수 있다.”(‘내가 너를’)노시인은 ‘잠들기 전 기도’를 이렇게 했다.“하나님/ .. 2026. 6. 30.
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의 거리를 보면 할 말을 잃는다.하지만 잔해 사이에서 목발을 짚고 한쪽 다리만으로 공을 차는 난민 축구팀을 보면'축구란 도대체 인간에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축구란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희로애락의 삶 자체다.영화가 된 영국 작가 닉 혼비의 축구 회고록 '피버 피치'를 보면 알 수 있다.그가 열한 살 때 부모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아스날 팀의 경기장에 데려간다.소년은 감정적으로 허물어진 데다 축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날 아스날에 열광하고 만다.아버지가 프랑스로 이주한 후에도 혼비는 친구와 함께 입석 구역에서 아스날을 지켜보며 울고 웃는다.학업도 진로도 연애도 아스날과 함께한다. 축구는 메시지를 주기에 심오하.. 2026. 6. 29.
나 빼고 모두 잘 사는 것 같을 때 “은행가들은 만나면 예술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은 만나면 돈 이야기를 한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촌평에 공감한 적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어떤 일을 하든지 모두가 돈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기차로 세시간 가까이 걸리는 지역에 북토크를 하러 갔다.행사 관계자가 차를 몰고 역까지 나를 데리러 왔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이십분 정도 이동하는 동안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색함을 감추는 게 목적인 대화 흐름이 으레 그러하듯 소재가 둥둥 떠다녔다.바깥 풍경에 대한 감흥, 한적한 도로 교통 상황, 그와 대비되는 서울의 만성적인 교통 체증,서울의 높은 인구 밀도, 비현실적인 아파트 가격 같은 화제가 띄엄띄엄 이어지다 주식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그가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물었다. “지난달부터 주식.. 2026. 6. 29.
휴게소에서 홍삼을 사지 않는 다정함 종종 기업에서 강의 요청이 온다. 언젠가는 대기업의 신입 사원 연수 자리에 간 일이 있다.정말 건실해 보이는 청년 수백 명이 앉아 있었다. 강의가 끝났을 때 누군가가 물었다.“제가 얼마 전 휴게소에서 어떤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배가 고프니 밥을 좀 사줄 수 있겠느냐고물어서 그러겠다고 하니, 그러면 본인의 차에 있는 홍삼을 한 박스 사 달라고 했습니다.저는 홍삼을 사주었는데 그게 그 사람의 영업 방식인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주변 사람들은 여태 그런 것에 속느냐고 저를 비웃었고요. 계속 사람에게 다정해도 괜찮을까요?” 그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원 중에서도 단연 건실해 보였다.세상엔 그러한 이들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나면 결국 선의도 호의도 무디어지고 만다. 우선 그에게 답.. 2026. 6. 29.
'삼전 건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미국은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테네시주 오크리지에비밀 도시를 세우기 시작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살 집을 빨리 짓는 게 난제였다.벽과 지붕 등 집을 이루는 주요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집터에서 조립했다.이렇게 조립식 주택 약 3000채가 빠르게 들어섰다. 빈 들판이 2년여 만에 7만명 넘게 사는 도시로 변했다.공장에서 제품처럼 집을 만드는 초고속 건축 기술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숨은 공신이었던 셈이다. ▶영화 ‘제5원소’에 나오는 미래 아파트는 집이라기보다 거대한 가전제품처럼 보인다.침대가 벽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냉장고가 위로 올라가 그 자리에 샤워실이 나타난다.‘아파트 공화국’ 한국의 주거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건축 거장 르코르뷔.. 2026. 6. 29.
과정이 주는 즐거움 영미권의 고전학자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출장 중이다.빡빡하게 이어지는 일정이지만, 와 본 적 없는 곳에 처음 올 때면 바삐 걷는 와중에도 연신 스마트폰카메라를 켜게 된다.옥스퍼드처럼 건물 하나하나에 수백년의 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고풍스러운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눈은 끊임없이 그림이 될 만한 장면을 찾아내고 손은 신중하게 앵글에 담을 사물들을 선택한다. 사진은 선택과 배제에서 출발한다.한정된 화면에 보이는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배제하고일부를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실제보다 더 멋진 화면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작업이기도 하다.필름 카메라와 달리 아무런 부담이 없으니 일단 닥치는 대로 찍어 놓고 그중 잘 나온 것을 선정하는것도 요령이다.그런데 잔뜩 쌓.. 2026. 6. 24.
공을 차다 아마 마을 체육대회 비슷한 행사였을 게다. 어른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 사십 대인 아버지도 소리를 지르며 공을 향해 달려가는 걸 보았다. 그렇게 잘 차는 것 같진 않았는데 그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공 차는 모습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가끔 그 장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낙엽송 골대가 세워져 있는 개울 옆 마을운동장은 우리들의 자랑거리였다. 멀리 떨어진 초등학교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주말이면 늘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여러 가지 풀들이 자라고 있어 잔디 구장이나 다름없었다. 공을 차는 건 물론이고 비료 포대를 접어서 만든 글러브, 참나무를 깎아서 만든 배트로 어두워질 때까지 야구를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꿈의 놀이터였다.아무래도 장비와 규칙이 복잡한 야구보다는 공을 더 많이.. 2026. 6. 24.
은마상가의 '손편지'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대치동 은마상가 분식집을 찾은 적이 있다.30년 업력 소문난 맛집이었는데 떡볶이·순대·튀김·어묵을 한 접시에 담아낸 정겨운 세트 메뉴가절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들었다.건강 때문에 가게를 곧 접는다는 주인장은 “꼬마 때부터 오던 친구가 대학병원 의사가 됐다며꼭 찾아오라더라. 내가 아이들을 대충 상대하진 않았구나 싶어 뿌듯했다”고 했다. ▶1979년 은마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은마상가는 겉보기에는 낡고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이다.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이자 강남 금싸라기 땅 한복판에, 시간이 멈춘 듯한 재래시장 스타일의 상가.그런데 지하로 내려가면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진다.2000평 규모에 수백 개 점포가 미로처럼 얽혀 떡집·반찬 가게·세탁소·수선집부터 산삼 가게와흑염소집까지 공존한다... 2026. 6. 24.
어느 아버지의 미완성 기도 이맘때면 유독 발걸음이 무거워지곤 한다.휴가를 나온 듯 빳빳하게 줄이 잡힌 군복을 입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청년들을 마주할 때다.짙어진 신록 사이에 걸린,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는 현수막이 펄럭이는 이 계절이면 유독.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풍경이겠지만, 이 푸른 계절, 생동하는 청년들의 뒷모습은 오랫동안가슴속에 품어온 미완성의 꿈이자, 끝내 이루지 못한 기도의 제목 같다.듬직한 청년들의 어깨 위로 나도 모르게 혁준이의 얼굴이 겹쳐지곤 한다.전 세계에서 10여 명에 불과한 희귀병을 안고 살아가는 내 아들이. 혁준이가 자라는 동안 나는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대한민국에서 아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상상해보는 풍경. 아들이 군복을 입고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군인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수천 번도 .. 2026. 6. 24.
'6·25 형제' 튀르키예 1950년 11월 청천강까지 진격한 유엔군은 중공군 30만명이 매복해 있는 사실을 몰랐다.중공군이 평북 군우리에서 기습하자 미군 오른쪽을 지키던 국군 2군단이 궤멸됐다.튀르키예 여단이 그 구멍을 막아야 했다.중공군이 포위해 오자 베레모를 뒤로 던진 뒤 “모자가 떨어진 곳 이상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며자리를 사수했다.온몸으로 인해전술에 맞서는 동안 미군 주력은 전멸을 피해 한강 이남에서 반격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한강을 건넌 중공군이 경기도 용인의 151고지를 점령했다. 고지를 되찾으려면 백병전이 불가피했다.튀르키예 부대가 총에 대검을 꽂고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고지로 치달았다.전통 칼까지 휘두르며 백병전을 벌였다. 중공군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튀르키예 전사자는 10여 명에불과했.. 2026. 6. 24.
'내신 리셋' 초·중·고교에 다닐 때 이른바 한두 해 ‘꿇은’ 학생이 있었다.장기 결석할 정도로 몸이 아프거나 사고를 쳐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전상국의 중편 ‘우상의 눈물’에도 1년 꿇은 사고뭉치 최기표가 나온다.하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흔히 있는 일도 아니어서 특별히 주목받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1년 꿇은 학생이 늘고 있다.고교 1학년 때 내신을 잘 받지 못하면 자퇴한 후 이듬해에 1학년으로 다시 입학해 ‘내신 리셋(reset)’에나서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대입 재수도 아니고 단지 내신을 위해 ‘고1 재수’라는 비정상적 선택을 하는 셈이다.지난해 고교에 입학했다가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전부가 .. 2026.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