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얼마 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어르신에게 카페 사장이 다가와 건넨 쪽지가 화제다.
“고객님, 매장 이용 시간이 너무 깁니다. 젊은 고객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 오고 있어요.”
쪽지를 받은 어르신의 딸이 온라인 게시판에 그 내용을 올리면서 신문 기사로도 다뤄졌다.
댓글을 보니 ‘노인 혐오다’ ‘연령 차별이다’ 등 분노한 이들과 ‘카페 사장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예부터 경로사상이 자랑이던 우리나라에서 어른들을 존경 또는 존중하기는커녕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린다)’
‘노슬아치(노인이 벼슬인 줄 안다)’라고 부르는 젊은이들이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또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러다 젊은이 한명이 부모·친조부모·외조부모 등 6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나 전문가들의 말에 세금 도둑이나 국가재앙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 같아
억울하다.
그러나 60대인 내가 보기에도 나잇값을 못하는 분들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마구 큰소리를 치고 반말을 하는 노인,
매사 시비를 걸고 아는 척을 하는 이들 말이다. 짜증 내거나 입꼬리가 땅을 향해 내려가 심술궂은 표정을 짓는
분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반면 가까이 다가가서 친해지고 싶은 분들,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어른들도 많다.
첫째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분들이다. 아이의 말도 귀 기울이며 들어주고 “요즘은 그게 트렌드인가보네”라고
인정하는 어른은 “나 때는 말야”를 외치는 꼰대가 아니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라고 보듬어주는 분은
어른이고 “그게 아니지” “이건 이래야 해”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이들은 꼰대다.
둘째는 하나라도 배울 게 있어야 어른이다. 넥타이 매는 법이건 역사 이야기건 자신의 지혜나 경험을 전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한 80대 할아버지는 중학생 손자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고 손자에게서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운단다. 어린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으로 대하며 즐거운 소통을 한단다.
셋째는 겸손함이 몸에 밴 분들이다. 감사함과 미안함을 말로 표현하고 종업원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
이런 어른들이 근사해 보인다. 얼마 전 한 냉면집에 갔는데 옆자리에 8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유독 한분이 너무 큰 소리로 말했는데 다른 분이 “이 친구가 오늘
보청기를 안 끼고 와서 자기 목소리도 못 들어 크게 말하니 양해해달라”고 하셨다.
정중한 그분의 태도가 멋져 보였다.
마지막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무게나 엄숙함과 진지함 대신 동심을 잃지 않는 분들이다.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고 작은 일에도 호기심을 잃지 않아 눈빛이 반짝이는 분들.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 동심의 기본이다.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꼭 지갑을 열거나 학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너그러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찾은 기쁨을 같이 나누는 습관을 갖고 있으면 된다.
그런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출처 : 농민신문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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