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하면 할수록 잔고가 줄어드는데…남들도 다 이런 거 맞죠?
"내가 사면 그 즉시 빠지고, 팔면 귀신 같이 오르더라."
"-10%, -20%일 때 손절했어야 했어. 반토막 나니까 아예 안 쳐다보게 되더라."
주식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주식 투자를 한 분들 중에서도
큰 돈을 번 사람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최근 몇년치 주가 지수를 보면 분명히 우상향했는데도 말이죠.
이와 대조적으로 주식형 펀드의 3년, 5년치 수익률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이 나있습니다.
실제 통계를 봐도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거의 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전문투자자들인 국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 이유에 대한 경제학 이론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이란 장르입니다. 우리가 아는 경제학은 주어진 정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고 만든 이론입니다. 반면에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곁들여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는, 인간미 넘치는
투자자들이 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이번에는 행동경제학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연전연패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은 서서히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달 동안
코스피 지수는 2330.98에서 2533.52까지 8.69%, 코스닥 지수는 9.49% 올랐습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얼마나 벌었을까요? 1개월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ODEX 200선물인버스2X(ETF),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OCI, 후성,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ETF),
비덴트(코스닥), 아모레퍼시픽 순입니다.
이들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매수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수익률은 -2.81%입니다.
국내 증시는 상승했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들이 많이 산 10개 종목 중에서 수익이 난 종목은 OCI(7.52%),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0.89%)
단 두 종목 뿐입니다. 나머지 8개 종목은 모두 매수가 대비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이것도 대단한 확률입니다.
코스피에서 최근 1개월동안 주가가 하락한 기업의 비율은 10.35%, 코스닥은 17.55%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습니다. 기관 투자자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6.27%,
외국인 투자자는 5.14%였습니다.
개인들이 판 종목 중에는 주가가 오른 기업이 많습니다. 개인이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개인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 종목이 평균 매도가 대비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기관은 3곳, 외국인은 6곳의 주가가 올랐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용어 중에 '존버'라는 말이 있습니다. '팔지 말고 무조건 버티자'라는 의미입니다.
존버가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입니다.
A, B 두 종목에 각 10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합시다. A는 +10%, B는 -10%의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만약 둘 중 한 종목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슨 종목을 매도할까요?
아마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수익이 난 A를 팔려고 할 것입니다.
A주식이 더 오를 것 같아도 불확실한 미래의 큰 수익보다 확실한 현재의 작은 수익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B를 매도하는 것은 손실을 확정짓는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의 의사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심리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A종목에서 발생한 수익과 B종목에서 발생한 손실은 똑같은 10만원이지만 투자자에게는
-10만원이 더 큰 금액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런 투자자들의 손실회피적 성향은 플러스가 난 종목은 비교적 단기간에 수익을 실현하고
마이너스가 난 종목은 장기간 보유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익은 작게 보고 손실은 크게 보게 되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처분효과라고 합니다.
처분효과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 UC버클리의 터랜스 오딘 교수가 1만여개 증권사 계좌의 6년치 거래내역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투자자들은 이익이 난 종목 중 14.8%를 매도한 반면 손실이 난 종목은 9.8%만 매도했습니다.
지난 2월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국내 개인투자자 17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익포지션의 매도비율이
손실포지션의 매도비율보다 2배 가량 더 높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처분효과가 낮은 그룹의 10일간 수익률은 1.71%였던 반면 처분효과가 강한 그룹은 1.07%로 나타났습니다.
처분효과는 투자전문성과 연관성이 높아 전문적인 기관투자자보다 개인 투자자에게서 현저히 강하게 드러납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투자역량과 경험이 부족할수록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위험이 높은 주식, 가치평가가 어려운 주식일수록 처분효과가 강하고, 의사결정에 개입강도가 높을수록
처분효과도 강해집니다. 줄여서 말하면 초보 투자자가 남들은 잘 모르는, 이른바 '잡주'를 힘들게 발굴했을 때
'존버'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투자수익률은 수렁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즈아" 외치다 한강으로…변동성을 줄여야 생존 가능성 높아져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전문 투자자에 비해 낮은 다른 이유로 행동경제학에서는 '과잉확신'을 이야기합니다.
이성적이지 않은 과도한 믿음으로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주식게시판에서 '이 종목은 1000% 간다', '아니다 3000% 간다'는 식의 글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잉확신 성향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낳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결과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잉확신과 유사한 것으로 '자기귀인' 성향이란 게 있습니다. 성공하면 내탓, 실패하면 남탓인 경향을 말합니다.
본인이 만족할 만한 투자 결과가 나왔을 때는 본인이 좋은 종목을 좋은 타이밍에 들어가서 그런 것이라고
여기지만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는 이를 외부 환경, 이를테면 미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매도 세력의 농간 등으로 치부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자기귀인 편향과 과잉확신 성향이 만나게 되면 거래량의 증가, 정보에 대한 과소 또는 과대 반응, 변동성의 증가가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거래량의 증가는 과잉확신과 관련이 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오딘 교수도 개인투자자의
주식매매 회전율이 높은 이유로 과잉확신 성향을 꼽기도 했습니다.
복권형 주식에 대한 선호도 개인투자자에게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자, 젊을수록, 투자금액이
소액일수록 복권형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잉확신으로 인한 잦은 거래와 극단적 수익률을 위한 높은 변동성은 필패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고수익보다 저손실이 중요합니다. -90%가 된 종목은 현 주가에서 10배가 올라야 본전입니다.
변동성을 줄여서 회복불가능한 손실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게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주식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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