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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든든한 내 편

by maverick8000 2024. 9. 13.

 

 

“엄마…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이준익 ‘라디오 스타’


“엄마 나 선옥이, 엄마, 잘 있나? 이거 들리나? 어…엄마 비오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영월의 MBS 방송국에 라디오 DJ로 가게 된 최곤(박중훈)은

한때 스타였던 자신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게 너무나 싫다.

그래서 대충대충 방송을 하고 급기야 라디오 부스에 다방 커피까지 시키는데, 김 양(안미나)에게도

한마디 해보라고 한다.

 

“기억나? 나 집 나올 때도 비 왔는데 엄마 그거 알아?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때는 내가 엄마 미워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지금 나와서 생각해 보니까 세상 사람들은

다 밉고 엄마만 안 밉더라. 그래서 내가 미웠어.”

갑작스러운 엄마 이야기에 방송국 사람들은 물론이고 방송을 듣던 영월 주민들도 숙연해진다.

비에 촉촉이 젖어가는 영월의 풍경들 위로 김 양의 목소리도 점점 젖어든다.

“엄마, 나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엄마가 해주던 부침개 해보거든? 근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그때 그 맛이 안 나더라.

엄마…보고 싶어, 엄마… 엄마, 엄마 보고 싶어.”

 

한때 잘나갔던 스타 최곤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이야기를 담은 ‘라디오 스타’의 명대사는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로 주로 기억된다.

그 대사는 최곤과 박민수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빛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그런데 ‘라디오 스타’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이 김 양의 에피소드다.

타지 생활이 서러울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된 든든한 내 편. 명절이 좋은 건 그래서가 아닐까.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내 편 하나는 누구나 있다는 것.

함께 모여 부침개라도 부쳐 먹으며 마음을 나누길.

 

출처 : 동아일보 [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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