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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리자!

by maverick8000 2025. 1. 15.

 

 

-좋은 씨앗과 나쁜 씨앗이 있다. 하지만 씨앗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무나 장미의 싹이라면

마음대로 자라게 내버려 두어도 괜찮다. 하지만 나쁜 식물일 경우에는 눈에 띄는 대로

뽑아 버려야 한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앗이 있었다. 바로 바오밥나무의 씨앗이었다.

그것은 늦게 손을 쓰면 영영 없애버릴 수가 없다. 나무가 별 전체를 차지해서 엉망으로 만들고

뿌리는 별 깊숙이 구멍을 파놓기 때문이다. 작은 별에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으면 별은 터져 버린다.

- 생 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

 

전철을 탈 때는 안에 있던 사람이 먼저 내리고 타야 한다. 법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켜야 할 아주 작은 약속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규칙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내리는 사람과 부딪히면서도 실수했다는 자각이나 미안해하는

표정은 없다. 그들의 눈은 휴대전화 화면에,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꽂혀 있다.

‘안 보여, 안 들려. 당신이 비켜’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문이 열리자마자 네다섯 살쯤 된 꼬마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를 놓친 아빠도 내 어깨를 툭 치며 따라 들어왔다. 등 뒤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는 탄 사람이 내리고 나서 타는 거야.” 그의 가르침은 공허했다.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내리는 사람에게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말해야 했다.

그보다 앞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했다.

 

아주 작은 소행성에서 살고 있던 어린 왕자는 매일 아침, 별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꼼꼼하게 살폈다.

장미와 구별해서 바오밥나무의 싹을 뽑아내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무가 자라 뿌리를 깊이 내리면 별이 파괴될 수도 있었다. 귀찮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나쁜 싹을 골라낸 덕에 어린 왕자는 별을 지킬 수 있었다.

반면 어느 게으름뱅이의 별은 바오밥나무로 뒤덮이고 말았다.

어린 왕자는 경고한다. ‘바오밥나무를 조심해!’

 

사람의 마음에는 장미 씨앗이 있고 바오밥나무의 싹도 있다.

괜찮겠지, 하며 일찍이 골라내지 못한 나쁜 씨앗들이 맹렬히 자라 지금 우리의 터전을

무섭게 집어삼키고 있다.

다행히도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리자!”

 

김규나 소설가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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