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레몬수의 인기가 대단하다.
10년 넘게 매일 레몬과 레몬즙을 마신 덕분에 동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레몬수로 두 달 만에
11kg을 감량했다는 등의 경험담이 방송과 유튜브에서 최근 화제가 됐다.
소셜 미디어에도 관련 영상이 무수히 많다. 레몬수가 소화를 돕고 변비 해소에 도움을 주며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수분을 공급하며 피부를 촉촉하게 해준다는 주장이다.
레몬수가 수분 공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레몬수가 특별한 건 아니다.
수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음료는 모두 동일한 효과를 낸다. 아침에 그냥 물 한 잔을 마시든,
커피나 티를 마시든 레몬수와 마찬가지로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레몬수를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것도 주로 수분 때문이다.
레몬 속 구연산은 소화에 도움을 주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다. 20g 한 포에 구연산 함량은
고작 1g밖에 되지 않는다. 2020년 터키 연구에서, 물을 하루 8컵 이상 마신 사람들이
하루 4컵 미만으로 적게 마신 사람보다 변비 발생 위험이 2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 면에서는 어떨까.
당분 음료를 즐겨 마시던 사람이 설탕을 넣지 않은 레몬수를 마신다면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어서
체중 감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이다.
레몬과 같은 감귤류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레몬이 신진대사를 높이거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2022년 프랑스에서 발표한 소규모 연구에서 레몬주스는 위가 더 빨리 비워지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사람에 따라 레몬수를 마시고 공복감을 더 심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레몬수를 마시고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건 식생활에 평소보다 주의를 기울여서
나타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레몬수가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부분적으로는 맞는다.
레몬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비타민 C는 면역 기능과 상처 치유에 필수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비타민 C가 부족하거나 결핍되면 면역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비타민 C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2013년 총 1만130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 29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C를 정기적으로 섭취해도 감기 발생률이나 증상이 심한 정도에 별 영향이 없었다.
레몬수를 마셔서 나쁠 건 없다. 신선한 레몬을 짜서 물에 타서 마시면 상쾌한 향이 감각을 깨운다.
당분 음료로 불필요하게 칼로리를 과잉 섭취하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없는 약효를 기대하며 마시진 말자. 즐기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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