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 날 초저녁에 두부를 안주 삼아 소주 두 병 마셨다.
취기가 올라 쓰러져 자다 목이 말라 깨 보니
마중물은 방바닥에 엎어져 있고 시간은 미처 자정이 안되었다.
그때부터 하얗게 밤을 새고 동이 터 훤하길래 눈을 뜬다.
문득 밀려오는 허기에 찬 두부를 한 입 베어 물으니
시멘트 덩어리를 삼키려는듯 목이 메인다.
예전 명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내년은 어떨지 십 년 후는 어찌될지 가늠할 수가 없다.
기다림의 끝에서 마주한 외로움의 시작이다.
전에 없이 야윈 몸에서 앞날을 본다.
비는 이럴 때 오는 것이 맞다..
가을 비에 여름꽃 뚝뚝 떨어지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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