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3 시월에 - 문태준 시월에 문 태 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헤죽, 헤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2022. 10. 25. 가을의 러브레터 / 오광수 가을의 러브레터 / 오광수 연분홍 편지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고운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여름의 꽃밭에서 까만 분꽃씨를 받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타는 가슴이지만 연분홍 꽃을 피운 분꽃이랍니다 이젠 오세요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되면 당신의 아름다움이 산에도 피어나고 들판에도 피어나서 멀리 있던 마음은 가까와져서 꿈에만 보았던 얼굴을 서로 마주하고 당신의 손을 잡고 하얀 코스모스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렵니다 지금 연분홍 편지지에 보고픔 담아 고운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2022. 9. 20. 가을노래 - 이해인 가을노래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의미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이해인 이 시를 한글파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다운로드~ 2022. 8.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