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처럼 웃음1 가을처럼 웃어보기를 고수리 에세이스트 10여 년 전 출근길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마주친 아랫집 아이가 나를 엄마로 착각해 “엄마!”라고 불렀다. 다섯 살쯤 되었을까. 어린 떡갈나무만 한 작고 둥그런 아이가 앙글앙글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태어나 누굴 미워한 적일랑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은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내가 엄마가 아닌 걸 알고서도 아이는 나에게 함빡 웃어주었다. 아이 앞에 멈춰선 나는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무섭고 두려운 것 말고도, 너무 아름다운 걸 마주쳤을 때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다는 걸 그때 알았다. 서둘러 출근하던 젊은 나. 그때 나는 뭐가 그리 바빠서 초조했는지, 뭐가 그리 부루퉁해서 찌푸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미간과 어금니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는 걸 깨닫고 휘파람 같은 숨을 내쉬었다... 2023.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