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께1 도장을 찍을 때마다 4년 전 전남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길 땐, ‘거시기’란 단어를 많이 접할 줄 알았다.그러나 마을에서 살며 농사를 배우는 동안, 거의 매일 듣고 말하는 단어는 ‘긍께’다. ‘긍께’는 상대의 말을 일단 품을 때 쓴다. 그 말이 싫든 좋든, 부족하든 넘치든, 옳든 그르든,그 말을 하는 당신의 형편이나 마음은 이해한다는 것이다.이것은 반대부터 선명하게 밝히는 방식이나 날카로운 질문을 연달아 던지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지금도 그렇지만 섬진강을 이웃하며 살기 시작할 땐 모든 일에 서툴렀다.특히 논이나 밭에선 호미나 괭이를 드는 자세도, 봄 들판에 지천으로 자라는 풀들에 대한지식도, 병든 농작물을 돌보는 법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힘겨워할 때면, 마을사람들이 슬그머니 다가와선 몇마디 충고를 했다.그 충고까지 .. 2024. 10.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