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끽1 ‘볕뉘’와 ‘만끽’ 고수리 에세이스트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지나자 거짓말처럼 날이 따뜻해졌다. 한낮, 동료와 국밥을 먹고 거리를 걸었다. 속도 따뜻했는데 볕도 참 따뜻했다. “해를 등지고 걷는 게 좋아요. 등이 따뜻해서 햇볕이 안아주는 것 같거든요.” 그의 말에 고갤 끄덕이며 햇볕에 몸을 내맡겼다. 크게 숨을 쉬어보았다. 평온한 날, 누군가와 마스크를 벗고 볕을 쬐며 나란히 걸어보는 산책이 아주 오랜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새삼 이 산책이 감사했다. “지금을 만끽해요.” 동료가 말했다. “한동안 저는 ‘만끽(滿喫)’이란 단어를 품고 살았어요. 힘든 날들이 길었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둬야 했고 원하는 것들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죠. 오히려 그런 때 ‘만끽’이란 단어를 생각했어요. 지금을 만끽하자.. 2023. 3.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