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사람1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로운 것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갈수록 안전히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다닐 곳도 줄어든다. 달콤하나 건강을 해치는 음식들, 지구를 파괴하는 유해 성분이 들어간 제품들, 즐기러 갔다가 한순간 깔려 죽고 빠져 죽고 불타 죽는 장소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인간관계 역시 해롭기 그지없다. 일하러 갔는데 갑질을 견뎌야 하는 직장, 사랑의 거절을 죽음의 위협으로 돌려받는 만남, 친밀한 우애 대신 모욕적 언어를 주고받는 모임 등이 넘쳐난다. 사랑을 모르는 듯 생존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갈망은 점점 커져만 간다. 각자도생과 적자생존 시대에 무해함은 우리가 추구해 이룩할 만한 자율적 도덕성의 보루처럼 느껴진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몇 해 전 최은영 작.. 202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