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반대편에서1 봄의 반대편에서 사방에 벚꽃이 그득하던 4월이었다. 나는 꼭 스무 살이었고, 대학에 입학한 지 두 달여 만에 만사가 귀찮아진 참이었다. 뭔가 다른데. 나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도둑맞은 기분으로 학교를 오가자니 봄날도 봄꽃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구에게 연락이 온 건 그때였다. 구는 내게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시간을 길게 뺏으면 미안하니까 내가 너희 학교로 갈게." 약속 시간보다 일찍 찾아온 구가 본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단조롭게 꽃잎을 흘리는 벚나무와 통나무 벤치와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거기 팻말처럼 꽂혀 있는 구가 이상하리만치 어색했다. 이전의 구는 늘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어두운 색 양복에 넥타이까지 꽉 조여 묶은 채.. 2025. 5.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