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풍경1 2월은 홀로 있기 좋은 달이라네 원영 스님 청룡암 주지 스산한 느낌이 들어 문을 열어보니, 기척도 없이 눈이 내린다. 세상의 모든 악업과 인간의 죄업을 다 덮어버리듯 근엄하고도 부드럽게 온다. 그러나 바람까지 불어 맞고 걷기엔 별로인 눈발이다. 눈을 보고 있노라니 며칠 전 보고 온 붉은 동백이 눈가에 선하게 비쳤다. 어디쯤에선 매화 소식도 화사하게 들리던데,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매화향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예전에는 지척에 매화가 있어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쫓아가 향기를 품어 돌아왔는데, 서울에선 그러질 못했다. 고작해야 꽃시장에서 사 온 나뭇가지를 백자항아리에 꽂아두고 완상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고요히 앉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은은하게 다가와 나를 깨워 벗이 되어주었다. 그리 아쉬운 듯 감상해도 파리한 승려에게 있어 매화.. 2023. 2.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