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1 시한부와 타자화 “저는 이제 시한부가 된 건가요?” 암환자분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시한부(時限附). 사전적 의미로는 ‘일정한 시간의 한계를 둠’이라는 뜻이다. 나는 시한부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시한부라는 단어에는 이상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한부라는 단어는 건강인과 비건강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38선을 그어버리고 이 두 세계를 완전히 갈라놓는다. 이 38선이 단절과 타자화(othering)의 기준선이 된다. 우리는 타자화를 통해 내가 동일시하고 공감하는 ‘건강한 우리’와 내가 멀리하고 싶은 ‘건강치 못한 남’을 구분하고 남을 38선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낸다. 시한부가 그어놓은 38선은 너와 나를 단절시킨다. 너는 그렇게 나의 타자가 된다. 타자화를 통해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을 낳고 ‘그들’에.. 2022. 12.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