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끝1 인연의 끝 차고 고요한 시간, 부처님 전에 향을 사루니 코끝을 타고 향 내음이 훅 번진다. 때마침 처마 끝 풍경 소리도 바람에 일렁이며 법당의 고요함을 뚫고 호젓하게 울린다. 비록 도심 속 암자여도 이만하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가사장삼을 반듯하게 수하고 찹찹한 좌복에 엎드려 이마를 내려놓으니,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난다. 어느덧 12월 마지막 달이다. 이렇듯 소박한 일상에선 감사할 일도 많으나, 스스로 물을 것 또한 많다. 1년 동안 잘 살았느냐고, 고운 심성으로 주위는 챙겼느냐고, 혹여 누굴 미워하다가 내가 긁히진 않았느냐고, 아닌 척 감추다가 상처가 곪진 않았느냐고, 인연은 잘 맺었느냐고, 또한 잘 끊었느냐고…. 묻고 싶은 것들이 이리 많으니 묻어두고 정리하고픈 것도 많다는 뜻이리라. 그중.. 2022. 12.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