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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입춘2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입춘 여섯살 홍구는 서당에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집으로 오다가 주막집 개들과 뒹구는 시간이 더 많다. 주막집 삽짝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마루 밑에 삽살개 어미가 새끼 일곱마리를 낳아 오글오글 어미 젖을 빠는 게 너무 귀여워 홍구는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 쪼그리고 앉아 그걸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에 오면 언제나 어머니에게 등줄기를 얻어맞는다. 저고리고 바지고 개털투성이다. 하루는 저녁나절에 홍구 어미가 부지깽이를 들고 앞치마를 펄럭이며 주막에 들어와 마루 밑에서 어미 삽사리와 함께 잠이 든 홍구를 끄집어내 집으로 데려가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에 홍구는 제사상에서 명태 한마리를 훔쳐 책 보따리에 쑤셔뒀다가 서당을 마치고 오는 길에 삽사리에게 먹였다. 명태를 반쯤 뜯어 먹었을 때 홍구 어미가 달.. 2024. 1. 26.
‘꽃구경’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얼마 전 장사익이 노래한 ‘꽃구경’을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노래 제목도 꽃구경이라 어느 때보다도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저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봄꽃이 활짝 핀 따뜻한 어느 날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노래는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 노래를 듣는 내내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꽃구경은 2009년 장사익이 김형영 시인의 ‘따뜻한 봄날’이란 시에 곡을 붙여 부르면서 세상에 나왔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숲길이 짙어지자/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꽃구경 봄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