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기억1 할아버지의 틀니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 33년이 넘었다. 요즘 재건축 논의가 진행되어 공원 산책길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3년 전 우연히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나는 동네가 마음에 들어 이사를 결정했다. 울창한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렸고. 사람도 건물도 함께 풍화되는 것 같았다. 나의 이웃은 노인들이었다. 층간소음은 먼 나라 이야기여서 나는 평화로웠다. 너무 조용해서 문득 불안해지면 나는 김치전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공원 벤치에 앉아 처음 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생각하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노인을 좋아했던 것 같다. 잦은 이사로 동네에 친구가 없었다. 낮이면 어른들은 일하러 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눈을 뜨면 윗목에 밥상만 놓여 있었다. 이사한 집은 퇴락한 한옥이었는데 나는 탐.. 2023. 8.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