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담요(wet blanket)1 어르신의 세계 내 생일이 있는 11월, 만 65세가 된 나는 주민센터에 가서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제 국가가 인정하는 ‘어르신’이 된 것이다.무슨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아닌데 그 카드를 들고 인증샷을 찍은 후 지인들에게 보냈다.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어르신의 세계에 도착한 나 자신이 기특해서다.다양한 답문자가 왔는데 “어르신이 될 때까지 귀여운 걸 축하해”란 딸의 문자가 마음에 들었다. 65년을 살면서 온몸이 폐허가 되고(쓸개 제거 수술을 받은 쓸개 없는 인간에 천식·돌발성난청 등등)내가 그동안 먹은 밥그릇 수만큼이나 실수와 시련, 고통도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그럼에도 나는나이 드는 것이 억울하다거나 서글프지 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노인의 지혜, 경험이나 연륜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어르신.. 2024. 11.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