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는 기분이 들 때1 존중받는 기분이 들 때 동네에서 낯익은 이를 마주쳤다. 한때 우리 집을 방문했던 정수기 관리원 아주머니. 일곱 살 쌍둥이 형제가 꾸벅 인사하자 아주머니가 반색하며 웃는다. “기억해요, 고객님. 갈 때마다 환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했거든요. 아드님들 많이 컸네요. 어쩜 든든하시겠어요.” 아주머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아이들이 태어난 지 백일 무렵, 엄마가 도와주러 올라왔다. 마침 정수기의 첫 방문 점검이 예정된 날이었다. 집에 온 엄마는 청소부터 시작했다.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수북이 쌓인 택배 상자들을 치웠다. 주방과 거실을 부지런히 쓸고 닦더니 “몇 시에 오신다니?” 불쑥 물었다. 정수기 점검? 의아해하는 나에게 엄마는 일러주었다. “집에 사람이 오잖아. 너저분하면 안 된다. 예의야 그건.” 몰랐던 엄마 얘기를 .. 2023. 1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