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2 법정에 선 건 아들인데 대답한 건 어머니 “피고인 이름이 김민수 맞습니까?”“네, 맞아요.”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판사의 질문에 대답한 건, 서른 살 김민수씨 본인이 아니었다.피고인석 근처 방청석에 바짝 붙어 앉은 머리 희끗한 아주머니였다. “피고인, 직접 대답하세요.”“아유, 우리 애가 영 숫기가 없어서. 이런 데 처음 나와보는데 얼마나 무섭겠어요.”“피고인 어머니십니까?”“판사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얘가 세상 착한 앤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과장 하나 없는, 실제 내가 목격한 일이다.아주머니는 경위에게 붙잡혀 끌려나가듯 퇴정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필사적 변론(?)을 계속했고,피고인은 고개를 떨군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친의 행동이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정말로숫기가 없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 2025. 5. 2. 전업자녀 ‘취안즈얼뉘(全職兒女)’, 의역하면 ‘전업자녀’라는 뜻의 중국 신조어다. 전업주부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가정이 잘 굴러가도록 살림을 도맡아 한다. 요리와 청소는 기본, 대리기사, 여행 계획 짜기, 외식 참여 등도 이들의 주요 업무다. 최악의 청년 실업률(5월 기준 20.8%)을 겪고 있는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유행어지만,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저성장 사회에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자녀의 등장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느라 많은 청년이 장기간 진공 상태로 보내는 한국에서도 남의 일 같지 않다. 전업자녀가 되려면 우선 경제력이 있는 부모의 그늘이 필요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이 소개한 사례에서 전업 자녀가 매달 받는 돈은 4000~5500위.. 2023. 6.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