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앞에서 말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조그만 부주의가 환자들의 의지를 꺾어 놓기 때문입니다.
가끔 주변인들이 위로라고 하는 말에 오히려 마음에 깊을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말기 암의 고통은 말도 못하게 심하다던데. 불쌍해서 어떡하니.”
“통증이 엄청나다고 하더라. 그래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너라면 할 수 있다’는 말은 희망적인 말이지만, 환자는 그 희망을 듣기 전에 고통이 엄청나다는 말에
더 주의를 빼앗기고 얽매이게 됩니다. 심지어 얼마나 아플지 미리부터 걱정하고 두려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암에 걸린 환자가 고통에 대해 공포감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입니다.
“수술 잘못 받다간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던데. 조심해.”
“의사가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어떻게 이런 데 입원하게 됐어?”
이런 식으로 치료나 의료진을 의심하고 비하하는 말도 곤란합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만큼, 환자들은 귀가 얇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병원을 옮길 게 아니라면, 이런 대화는 환자가 의사를 불신하게 만들 뿐입니다.

만약 암 환자를 병문안하게 된다면 환자와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생각한 다음에 대화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보호자가 가운데 끼어들어 끊어버리고, 방문자에게 미리 환자의
상태나 심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환자에게 가장 금물인 말은 바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며 용기를 잃게 하는 저주와
같은 말’입니다. 불행히도 이런 말들은 환자에게 가장 힘을 북돋워줘야 할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살았으니까 지금 벌을 받는 거야!”
“이렇게 된 건 네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야.”
가끔 이렇게 극단적으로 쏘아붙이는 보호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심판자, 정확한 분석가,
바른 판단을 하는 재판관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자신을 격려하고 경청해주고 용기를 주는
따뜻한 마음을 원합니다.
남편이 암에 걸렸을 때 간병하는 건 대부분 아내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부장제로 인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한이 많은 편이다 보니, 살면서 속상했던 것을 누워 있는
환자에게 퍼붓게 될 수가 있습니다. 간혹 병원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도 일어납니다.
보호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징글징글하다 싶을 정도로 환자가 속을 썩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을 괴롭히거나 수십 년 동안 바람을 피우며 조강지처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등 쉽게 용서하지
못할 짓을 저지른 경우도 있습니다. 보호자들의 한 맺힌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길게 보았을 때는 결국 용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보호자 자신을
위해서 더더욱 그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용서하고 간병을 잘해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특히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일수록 서로 용서하고 마음을 풀어 응어리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보내는 순간까지 서로 증오하면, 보내고 나서 남은 사람의 가슴엔 미움이 남게 됩니다.
미움은 그 사람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방문자든 보호자든 환자에게 해야 하는 말은 따뜻한 사랑의 말, 위로와 격려의 말, 힘나게 하는 축복의
말입니다. 환자 앞에서는 많이 말하기보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만약 꼭 말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말을 하세요.
은혜로운 말의 씨앗들을 잘 뿌려야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부주의하거나 미움이 박힌 말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뿐이라는 걸 언제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환자는 오늘도 소중한 당신에게 힘이 되는 말을 꼭 듣고 싶어 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축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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