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 중에 상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색해 자기 생각이 맞는다고 증명하는 사람이 있다.
재밌는 건 그 사람 말이 사실로 확인돼도 상대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기 생각이 틀린다는 사실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탈리 샤롯’ 같은 심리학자에 의하면 자기 신념과 다른 사실을 발견하면 사람은 원래 생각을 더 강화할
반론을 지어내기도 한다. 이른바 ‘탈진실의 탄생’이다.
팩트는 사람을 쉽게 설득하지 못한다.
종말론을 믿는 사람에게 교주는 우리를 구하기 위해 온 메시아다.
담배의 유해함에 대해 100가지 사실을 열거해도 골초로 100세까지 산 할아버지를 둔 누군가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오히려 사람들이 끌리는 건 ‘감정’이다.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유창한 팩트 폭격을 펼칠 수 있겠지만 상대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남의 생각을 바꾸는 게 왜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서사’ 안에 살고, 그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므로 그를 설득할 수 있는 길은 그의 ‘개인적 서사’에 공감하고, 대리 체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신념을 흔드는 것이다.
자밀 자키는 ‘공감은 지능이다’에서 “공감은 힘이 센 다른 영장류보다 빈약한 육체를 가진 인류가
장착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훨씬 큰 흰자위와 얼굴 근육을 통해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보며 마음을 읽는다.
학교 폭력에 관한 뉴스보다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를 보는 게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더 높이는 이유가 뭘까.
사실에 기반한 뉴스가 사람 마음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뇌의 확증 편향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간접 체험’을 통해 주인공의 아픔에 가 닿고,
고통에 공감하게 한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공감하면 반응하고 반응하면 변화한다.
이야기가 사실보다 힘이 더 센 이유다.
출처 : 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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