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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그 노래 그 사연] 경쾌한 리듬에 ‘뜨거운 눈물’을 싣다

by maverick8000 2023. 9. 18.
 
 
밴드 ‘들고양이들’의 음반. ‘마음 약해서’가 수록됐다.

 

밴드 ‘들고양이들’의 멤버 임종임이 2023년 8월28일 별세했다.

젊은 사람들은 임종임이나 그가 부른 노래 ‘마음 약해서’는 몰라도 “짜라라짜짜짜”는 한번쯤 들어보았으리라.

그도 아니라면 장윤정의 ‘짠짜라’, 주현미와 소녀시대 서현이 부른 ‘짜라자짜’가 ‘마음 약해서’의 가사에서

인용됐다고 하면 그 노래의 인기를 실감할 것이다.

 

임종임은 1949년생으로 1968년부터 미8군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6인조 ‘와일드 캣츠(The Wild Cats)’를 결성했다. 당시 미군 부대에서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밴드가 많이 생겼는데 여성을 보컬이자 프런트 우먼(공연을 이끌며 밴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여성 멤버)으로

내세우는 데가 많았다. 임종임은 와일드 캣츠의 프런트 우먼이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곤 했다.

순회공연을 하면 국내 활동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 와일드 캣츠는 1971년부터 홍콩·베트남·

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활동하다 1979년 돌아와 ‘마음 약해서’ ‘십오야’ 등을 수록한 음반을 발표했다.

당시 국어순화정책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들고양이들’로 팀 이름을 바꿔 활동했다.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는 그 사람/ 혼자 남으니 쓸쓸하네요 내 마음 허전하네요/

생각하면 그 얼마나 정다웠던가/ 나 혼자서 길을 가면 눈앞을 가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네/

마음 약해서 마음 약해서 나는 너를 잡지 못했네.”

 

‘마음 약해서’는 록과 트로트를 접목한 흥청망청한 히트곡이지만 그때만 해도 혁신적인 노래였다.

1970년대 가요계에선 잘 사용하지 않았던 무그 신시사이저와 목소리를 변형시키는 보코더를 사용했다.

 

노랫말은 떠나가는 임을 잡지 못해 눈물 흘리는 소심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을 묘사한 슬픈 이야기다.

역설적으로 리듬을 경쾌하게 바꾸고 추임새 ‘짜라라짜짜짜’를 넣어 코믹하게 만들었다.

결국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노래로 탈바꿈해 히트한 것이다.

 

명리학에선 남녀 관계를 열흘에 지나지 않는 복사꽃에 비겨 도화살(桃花煞)로 표현한다.

명리의 고전 ‘금오결(金烏訣)’에는 12가지 도화살을 소개하는데 그중 하나가 ‘태공도화’다.

강태공에 비유한 도화살로 어린 소녀가 할머니가 돼서 인연을 만난다는 것이다.

남녀의 인연은 우연인 듯하나 세상의 보이지 않는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마음 약해서 잡지 못해” 미련을 두고 한바탕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인연의 숙명을 깨닫는 일을 반복한다.

 

 

출처 : 농민신문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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