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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그래도 선생님

by maverick8000 2023. 12. 29.

 

훈장님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는지, 한 아이가 훌쩍훌쩍 울고 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재미있어 입을 가리고 킥킥대며 웃는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장가를 들어 갓을 쓴 학생도 눈에 띈다. 김홍도 그림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뛰어난 솜씨가 돋보인다.

천재 화가인 그의 그림이 높이 평가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를 그렸기 때문이다. 그 시대 기록과 그림이 주로 산수화와 왕가, 양반들을 주제로 다루었으나

김홍도는 서민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 중 ‘서당’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당시 훈장님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예부터 선생님의 권위가

가볍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70~1980년대에도 교사들은 존중받았다.

학부모인 어느 장관 집에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오자, 장관 스스로 버선발로 뛰어나가 극진히 예를

표시했다는 일화도 있다. 자녀에게 교사의 존재와 존경심을 확인시켜 준 사례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못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요즘 교단은 교권 침해 논란으로 뜨겁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무너진 교실의 실태를 보여준다.

학부모의 민원이 단순히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수준을 넘어 교사의 인격을 모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서이초 담임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사들이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얼마 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교권 추락’에도 불구하고 중·고교생들의 희망 직업 1위는 ‘교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 희망 직업은 교사(9.1%), 의사(6.1%), 운동선수, 경찰관/수사관,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자

순이었다. 의사와도 차이를 벌리며 1위를 차지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희망 직업 1위는 교사(6.3%), 2위는 간호사(5.9%)로 나타났다.

날로 교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실마리를 엿보게 하는 소식이다.

삭막해 보이는 교단이지만, 그 바탕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선망이 깔려 있을 것으로 믿는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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