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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詩와 글과 사랑

풀 / 김수영

by maverick8000 2024. 1. 30.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도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