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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니모를 찾아서

by maverick8000 2024. 10. 23.

 

 

 

전어를 즐기지 않는다. 이 말을 종종 사람들에게 해왔다. 비난에 시달렸다.

가을 전어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한 설교를 몇 번이나 들었다. 시도는 했다.

회도 시도했다. 구이도 시도했다. 자꾸 먹으면 맛있어진다는데 맛있어지질 않는다.

 

전어가 맛이 형편없는 건 아니다. 맛에 비해 과장된 수사가 붙는 것이 내심 못마땅한 것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는 맛이라면 이보다는 나아야 마땅하다. 가을 전어는 뼈도 억세다.

씹어 넘기기에 40대 후반 치아는 하찮다. 세꼬시는 건치들이 뻐기려고 먹는 음식이다.

 

올해는 건치들도 전어 먹기는 힘들게 됐다. 가격이 1년 사이 9배나 올랐다. 수온이 올라서다.

차가운 물에 사는 어류들은 다 납북됐다. 나는 오징어 회를 좋아한다.

초장 찍어 갓 지은 밥에 얹어 먹으면 단맛이 일품이다. 그 맛도 자주 보기 힘들다.

역시 수온이 올라서다. 속초 앞바다 살던 오징어들은 지금쯤 바람 찬 흥남 부두 근처에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속도는 놀랍다.

1년 사이 전어가 제값 쳐줄 자본주의를 버리고 북으로 향할 정도라면 심상치 않은 신호다.

이미 아열대 생선들이 동해까지 진출하는 중이다. 동남아 여행 가서 본 노랗고 파란 열대 생선들을

먹어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

 

위 문장을 쓰자마자 가장 먼저 구글에 흰동가리 맛을 검색했다.

식용으로는 쓰이지 않지만 익히면 맛은 나쁘지 않단다. 껍질에 독소가 있어 생으로는 먹지 말라는

주의도 있다.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가. 독이 있는 식물도 동물도 어떻게든 먹을 방법을 찾아내는 민족이다.

흰동가리 회무침 같은 것도 식탁에 올라오는 날이 올 것이다.

부산 별미 멸치 회무침처럼 조리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맞다. 흰동가리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다.

그토록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어떻게 니모 맛을 궁금해할 수 있냐고?

우리 솔직해지자.

아쿠아리움에 가서도 저놈은 무슨 맛일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 당신은 한국인이 아니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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