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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붕세권 지도

by maverick8000 2024. 11. 28.

 

 

 

1980년대 서울 쌍문동 서민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붕어빵이 자주 등장한다.

동네 친구이자 바둑 천재인 택이의 대국이 다가오자, 주인공 덕선은 종이봉투에 붕어빵을 담아

그의 방문을 두드린다. “야, 붕어빵. 잘 다녀와.” 덕선이 건넨 붕어빵은 훗날 남편이 되는 택이와

나누는 사랑을 상징한다.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는 선우 엄마도, 역시 아내와 사별한

고향 선배 택이 아빠가 입원하자 붕어빵을 사 들고 병원을 찾아간다.

이후 택이 아빠가 “날도 추운데 우리 같이 살자”고 청혼해 두 사람은 재혼한다.

 

▶바삭한 껍질 속에 달콤한 팥소가 들어있는 붕어빵은 이처럼 서민의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온 간식이다.

그 기원은 일본의 ‘다이야키(鯛焼き)’인데, 우리 말로 ‘도미빵’이다. 일본에는 에도 시대부터 둥근

밀가루 반죽 속에 팥을 넣은 ‘이마가와야키’라는 간식이 있었다.

1909년 이것을 팔던 고베 세이지로란 사람이 장사가 잘 안 되자, 물고기 모양 틀을 개발해

다이야키가 등장했다.

 

 

▶일본에서 도미는 기쁜 일이 있을 때 먹는 고급 생선이자 행운의 상징이다.

복(福)의 신 ‘에비스’도 옆구리에 도미를 끼고 있다. ‘다이야키’는 서민들은 이런 도미를 좀처럼

먹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것인데, 곧바로 대히트했다.

지금도 도쿄 명소 아자부주반에 가면 고베가 만들었던 원조 다이야키를 맛볼 수 있다.

 

▶다이야키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왔지만, 그 변형인 붕어빵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밀가루를 대량 원조한 1960년대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에 “여러 물고기 중 가장 먹을 만하다”고 적혀 있을 만큼 한국인에게 친숙한 물고기여서

‘붕어빵’이 됐을 것이다. 한때는 겨울이면 어디에나 붕어빵 노점이 있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밀가루, 팥, 식용유 원가가 상승하면서 가격이 오르자 채산을 못 맞춘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추운 날 붕어빵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많은가 보다.

‘역세권(驛勢圈)’을 흉내 낸 ‘붕세권’이란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근처에 붕어빵 맛집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한 중고 거래 앱이 26일 ‘붕어빵 지도’를 공개해 화제다. 주변의 붕어빵 가게와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2020년부터 호떡, 군고구마 등 ‘겨울 간식 지도’를 제공했는데, 가장 많이

등록·검색되는 메뉴가 붕어빵이었다고 한다.

슈크림, 앙버터 등을 넣은 신종 붕어빵도 등장했다. 붕어빵 정도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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