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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남의 마천루가 높다

by maverick8000 2024. 11. 27.

 

마천루를 사랑한다. 유명 마천루는 다 올랐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당연히 올랐다.

영국에서 가장 높은 런던의 더 샤드도 올랐다. 그래봐야 파리 에펠탑보다 낮다.

유럽은 마천루 경쟁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올드 머니’는 고층을 선호하지 않는 모양이다.

 

21세기 이후 높은 마천루는 다 아시아 몫이다. 세계 10대 마천루 중 아시아 바깥에 있는 건

뉴욕 제1세계무역센터뿐이다. 나머지는 다 중국 아니면 두바이에 있다. 하나는 한국에 있다.

‘뉴 머니’는 고층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마천루광에게 서울은 심심한 도시였다. 63빌딩 하나로 너무 오래 버텼다. 요즘은 사정이 낫다.

여의도는 빨간 테를 두른 파크원 덕에 활기가 생겼다. 나는 다들 ‘사우론의 눈’이라 놀리는

롯데월드타워도 썩 좋아한다. ‘반지의 제왕’ 팬이라 그런 게 맞다.

 

처음 롯데월드타워에 간 날 나는 철학적이고 물리학적인 고민에 빠졌다.

세계에서 여섯째로 높은 빌딩처럼 느껴지질 않았던 탓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보다 작아 보였다.

내 감각은 틀렸다. 전자는 555m다. 후자는 381m다. 감각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남의 것과 내 것을 비교할 때의 감각은 더욱 믿을 것이 못 된다.

 

우리는 한국의 모든 것이 작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남의 것 앞에서 쉽게 움츠러든다.

오랫동안 우리는 자금성과 비교하며 경복궁의 소박함을 애처로워했다.

두 궁궐 면적은 압도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창덕궁 등 다른 궁 면적을 합치면 서울 궁궐 규모는

베이징을 뛰어넘는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던 선조들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요즘 나는 한국을 OECD 평균과 비교하는 대량생산형 기사는 클릭하지 않으려 애쓴다.

남의 떡 크다는 소리 만날 들어봐야 내 떡만 작게 느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같은 평수로 이사한 친구 아파트가 내 아파트보다 훨씬 커 보인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의 불경한 겸손함을 반성한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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