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그 누구도 감히 깨트릴 수 없는 굳은 결심이 내겐 있는가’란 문장을 마주쳤을 때의
충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문이 막혔다.
묵직하게 울리는 북소리를 온몸으로 흡수하는 것처럼 강한 전율이 뒤를 이어 찾아왔다.
이것이 계기였다. 절대로 쉬이 다짐하지 않고, 맺은 다짐은 평생을 걸쳐 지키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람들은 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다짐을 한다.
입 밖으로 낼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다짐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 산증인이 돼 주길 바라며
선언하듯 내뱉는 다짐도 있다. 또한 세상에는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다짐이 있는가 하면,
애써 노력해도 지켜지지 않는 다짐도 있기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했던 크고 작은 다짐 중 일부는 모래성처럼 스르륵 허물어졌고,
당시에는 들끓는 진심이었지만 정작 기억에서 잊은 것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키지 못한 다짐들을 걸러내고 나면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무언가가
다짐이 될 때 행동지침을 설정하며 이후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새해를 맞으며 다짐을 했다.
친구 K는 더는 새해 다짐을 하지 않겠다며 새해 첫날에 결심했다고 말했는데, 말에 어폐가 있지만
어쩐지 당찬 목소리에 믿음이 갔다. 또 다른 친구 J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작년보다 적게 사용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친한 후배는 매일 저녁 자신을 칭찬하는 일기를 쓰기로 했으며 벌써 60일째라고
자신을 대견해했다.
개인의 상황과 사고방식에 따라 발화점은 제각각이지만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다짐이다.
사실 지켜지든 깨지든 다짐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어떠한 일에 마음을 굳게 먹는다는 건 삶을 더욱 단단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이 있으므로.
마음을 또렷이 하고 충실하게 나아가는 것 그리고 실천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짐은 삶의 방향성과 의지를 담은 자신과의 약속이니까.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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